비선실세 최순실과 법정서 조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된 지 53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탄핵·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재판이 공교롭게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시작됐다. 미결수 신분인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53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이날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구속 상태인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10분 서울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으로 역대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의 피고인이 입는 수의 대신 남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고, 트레이드 마크였던 올림머리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플라스틱 집게핀으로 고정시켰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최 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이다.

재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재판 전 법정 모습을 언론이 촬영할 수 있게 허락했다.

이날 재판에 검찰에선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배석했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에 이어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듣는 ‘모두진술’ 절차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1심 구속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향후 신속히 심리를 진행할 계획으로, 일주일에 3~4회 기일을 열어 뇌물 사건과 직권남용 사건을 심리할 방침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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