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A 씨는 자녀와의 의견 충돌이 겁난다고 한다. 아들과 통화를 할 때 언쟁이 높아지면 수화기 너머로 폭언이 쏟아진다. ‘같이 살지마, 난 당신같은 사람하고 안 맞아’, ‘짐 싸놔 나가 살테니까’ 와 같은 욕설과 더불어 거친 언행이 그의 귀에 박힐 때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괴롭다고 한다. 아들은 이제 갓 고등학교 1학년이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교육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후회를 거듭한다.

현대사회에선 가족의 일체감이 약화되고 개인주의 가치를 지향하게 되면서 가족의 개념, 부모의 개념과 역할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부모 뒤에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하다는 어귀를 넘어 ‘좋은’ 또는 ‘나쁜’이란 수식어가 뒤따르기도 한다. 이에 좋은 부모 십계명이나 습관, 관련 서적 등 자녀를 바르게 이해하고 올바른 성장에 도움을 주며 효과적인 부모역할을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부모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올해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했다. 이 중 신설된 보호자 교육의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영유아의 성장·양육방법, 보호자의 역할, 영유아의 인권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좋은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은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인 자녀양육 방법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전통적 대가족의 해체와 결혼기피, 저출산 등 사회구조의 변화와 자녀 유기, 성추행, 아동 학대 등과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를 방증하듯 통계청의 2017 청소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청소년 가출 원인 1위가 ‘가족과의 갈등(74.8%)’이다. 그 다음으로 꼽힌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8%)’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는 부모의 역할과 더불어 양육의 중요성을 반증한다. 특히 올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모아짐과 동시에 교육 연령층은 낮아지고 부모가 되기 이전에 형성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전지역의 경우 대전유아교육진흥원(원장 편서향)은 좋은부모자격증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유아교육의 중요성과 유치원 교육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유아 발달단계의 이해를 통한 부모역할 역량 제고와 유아의 바른 인성교육 방법에 대한 이해를 통한 자녀 교육 역량을 높이기 위함이다. 3회 연수를 모두 수강하면 좋은부모자격증을 수여 받는다.

대전시교육청은 부모됨에 대한 개념화는 부모 자신의 적응이나 자녀발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 청년기부터 접근을 하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국 최초로 도입한 청소년을 위한 좋은 부모되기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청소년의 올바른 가정 가치 확립과 부모 공감대 확대를 통한 가족 건강성 회복을 목적으로 현재 관내 4개교 고등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와 방임 등의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은 자신이 경험한 역기능적 양육 패턴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부모, 자녀 간 신뢰와 애착을 내재화 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유도하기 위한 청소년 대상의 예비 부모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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