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박사

두 부모는 열 자녀를 어렵지 않게 기르지만 열 자녀는 두 부모를 잘 모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팔반가(八反歌)의 내용이다. 내리사랑은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올림 사랑은 배워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효도는 백 가지 행실의 기본이 되는 것이요, 효자효부는 표창감이 되는 것이다.

①이제 아버지를 여의고 그리워하는 예능교회 염두연 집사의 사부곡 ‘하늘로 가신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보자. “딸의 기도가 부족했습니까? 아버지! 일흔여섯 해 대쪽 같이 곧게 맑은 아침을 사셨던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으로 서 계시기만 해도 세상에 두려울 것 없었던 든든한 그늘이셨습니다. 일상 밖의 일들을 받아들일 준비도 안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감당할 수 없는 황망한 현실을 맞이하고 서니 제 작은 몸이 떨립니다. 가던 길을 잃고 균형을 잃어버립니다. 가슴에 큰 돌덩이가 올려 진 듯 불효의 아쉬움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웁니다. 아버지! 아무리 불러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나의 아버지. 당신의 걱정을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의 아픔을 미처 몰랐습니다. 너무나 늦게 살려보겠다고 온몸에 아픔을 드렸던 큰딸. 당신의 주검 앞에 오열합니다. 장년기 이후 당신의 삶은 투병기의 길이었지만 당신 안에 있는 모든 것 다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단 한번의 잠이 영원한 잠이 되셨습니다. 깡깡 시골 두지골에서 딱 두 명 여자아이 중학교 교복 입었던 시절, 하늘처럼 큰 자부심과 꿈 날개를 큰딸에게 달아주셨던 아버지. 학문의 먼 길을 걷는 외손자에게 의사 선생님 되라며 외손자 학교 앞 식당에서 비빔밥 두 그릇 마주하며 환한 미소로 큰 힘을 보태셨던 아버지. 아버지! 이제 인생의 고단한 날개 곱게 접으시고 아픔도 죽음도 없는 곳에서 훨훨 나세요. 아버지와 딸의 인연으로 남겨주신 아름다운 추억 하나하나 곱게 그려가며 또 다시 아버지의 사랑탑 쌓아가다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기다리며, 바람을 기다리며,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를 기다리며 살다가, 살다가 아버지 부르실 때 맨발로 뛰어나가 아버지 품에 안기겠습니다. 삶은 순간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리도 아쉬움은 없을 텐데 더 많이 용서하고 더 많이 웃어주고 더 많이 사랑했을 텐데…. 우리에게 주어진 세월의 모퉁이는 짧아서 오늘 순간은 더욱 애달프고 쓸쓸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아버지! 살아생전 하늘나라 사모하셨던 그 길을 따라 걷겠습니다. 바람 불 때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아버지 말씀 되새기며 삶의 근거 말씀 뿌리 깊게 내리며 아버지 발자국 따라 가겠습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무리 잘 모셨어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잘못한 것의 후회만 남고 아쉬움만 새록새록 생각나는 게 자식들의 심정일 것이다. 이런 느낌은 부모를 여읜 모든 자녀들의 공통 마음이 아닐까 싶다.

②이제 이해인 수녀의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를 들어보자.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온 날들을 깊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을 받아 이 세상에 하나의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 모두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과 함께 육신의 부모님께 지극정성 효도를 다해야 되겠다. 이것이 인간의 근본도리인고로 효도에서부터 인간 사랑을 시작해야 되겠다. 일찍이 공자가 이르기를 “어버이를 섬길 때 의식주엔 공경을 다 하고, 섬길 때엔 즐거움을 다하고, 병드셨을 땐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시면 슬픔을 다하고, 제사 때엔 엄숙함을 다하라.”고 하였다. 효도는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라 일평생 부모님을 기쁘고 평안하게 모시는 인간 기본예절인 것이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멀리 떨어져 있지 말고 어디를 갈 때는 행선지를 알려드리고 돌아와서는 꼭 얼굴을 보여드려라.(출필곡 반필면)하는 것도 그런 예절의 하나다. 엄마는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배우는 언어이다. ‘어머니’는 명사이면서 감탄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아버지는 말이 없으시다. 그러나 ‘김이 나지 않는 물이 더 뜨겁다’고 하듯 말 없으신 그 속마음이 더 진할 수 있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라고 세상 아버지들이 말한다. 다만 자식들이 듣지 못하게 혼잣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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