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의 가뭄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업용수는 물론이고 공업용수 부족에 시달리는가 하면 이미 생활용수까지 제한받는 지역이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이런데도 정부는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가슴만 타들어가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이미 10%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오래지 않아 9%선도 지키기 힘들어졌다. 1998년 댐 준공 후 최악이다. 지난 3월 25일부터 경계단계로 격상됐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조만간 심각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당진과 서산 일원의 농경지 7000㏊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서산 대산석유단지에 공업용수를 대는 당진의 대호호의 저수율은 20일 현재 0%를 가리키고 있다. 완전히 밑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1985년 저수지가 준공된 지 32년 만에 처음 벌어진 일이다.

이같이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곳곳에서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겨우 물을 끌어 대 모내기를 한 논이 말라가면서 모가 타들어가고 있는 곳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산단지를 비롯한 공업단지의 공장들은 공업용수 부족으로 자칫 가동이 중단되는 것이 아닌지 노심초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벌써부터 제한급수로 인해 생활용수는 물론 먹는 물까지 걱정하는 마을들이 속출하고 있다. 보령과 예산의 일부 마을들은 아침과 점심에만 물을 공급하고 있고 8개 시·군 51개 마을 1000가구 이상에 병물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가뭄이 며칠만 더 계속되면 급수를 제한해야 하는 지역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같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충남도와 각 시군은 예비비 등을 동원해 관정을 뚫고 비상급수를 하는 등 긴급처방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중앙정부가 가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충남 보령댐과 부사호 등을 찾아 가뭄피해를 점검하고 가뭄 대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충남도는 아산호와 당진 삽교호, 대호호, 서산 성암저수지, 간월호를 연결하는 방안과 해수담수화시설 등을 건의했다. 또 예산과 보령의 정수장 개량 등 가뭄해소 사업의 지원도 요구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가뭄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사정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서는 안 된다. 충남지역의 가뭄이 2~3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항구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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