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공예품 및 관광기념품 공모전 개최하는 라영태 대전공예협동조합 이사장

“타 시도에 비해 우리 대전의 공예산업은 매우 열악합니다. 이번 공모전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한 이유죠.”

대학 1학년 때부터 시작해 공예업에 종사한 지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한때는 제품을 만들어 놓으면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선불을 주고 떼어가는 통에 하루 4~5시간 자는 게 사치일 때도 있었지만 이젠 공예품을 찾는 이들도, 관심을 보이는 이도 많지 않다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3일 ‘2017 공예품 및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개최하는 대전공예협동조합 라영태(사진) 이사장을 만났다.

2017 공예품 및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제47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 대전 대표로 출품할 작품을 선별하는 대회다. 대회의 개최를 앞두고 라 이사장은 이번 대회를 침체된 대전의 공예산업을 일으킬 절호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타 시도에 비해 대전의 공예산업은 시민과 지자체의 관심이 턱없이 낮아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공모전이 많은 이들에게 공예에 대한 편견을 깨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예품이라 하면 장인이 만드는 심오한 작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생각해보면 옷, 신발, 휴대폰 같이 우리 실생활에 쓰이는 대부분의 것들이 다 공예품이에요. 어떤 작품이라도 다 의미가 있는 것들입니다. 공예품·관광 기념품 대전이라고 해서 기술자들만 참여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공예가들을 대표하는 단체를 이끌면서 라 이사장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열악함에도 개선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공예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다. 그는 타 지역과 비교해 지원이 동등하지는 못해도 절반은 해줬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그의 목표는 대전의 공예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홍보, 체험, 판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 산업의 근간은 공예에요. 사람 손으로 시작한 게 지금은 자동차도 만들잖아요? 이 근간인 공예 산업의 토대가 계속되는 홀대로 사장되진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답답하고 힘든 현실이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공예산업의 맨 앞에서 끝까지 분투할 생각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공예가로서의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서다. 그런 후배들을 위해 라 이사장은 요즘 강단에서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들을 전수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회 때만 반짝하는 관심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관심이 없는 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예를 지키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합니다.”

공예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우수공예품의 수출 및 판로기반 조성, 대전의 관광 경쟁력 강화와 관광수지 개선을 위한 2017 공예품 및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23일부터 26일까지 대전시청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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