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국 ㈔한국예술문화진흥회 이사장(전 대전시의회 의장)

 

지난 2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과 전국 각 시·도에서 6·25전쟁 발발 67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을 떠올려 본다. 남한에서는 조문단 보내기 등의 문제로 국회에서부터 찬반 양론이 분분하더니 몇 개 대학에서는 분향소까지 설치하는 등 한마디로 한심했던 당시 상황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당시 뒤늦게나마 정부가 ‘김일성은 민족분단의 고착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비롯한 불행한 사건들의 책임자’라는 입장 정리를 끝내기는 했지만 도대체 아직도 남한 내에는 ‘주사파’니 ‘친북좌파’니 해서 북한을 찬양, 옹호하려는 종북세력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부터가 심각한 양상이 아닐 수 없다.

무려 49년간, 그러니까 해방 후 1인 독재로 북한 동포를 총칼로 혹은 감언이설로 꽁꽁 묶어놓고 백성을 마치 집단농장의 일꾼들인지 군병영의 사병들인지 분간이 안 가게 마음대로 지배해온 김일성, 6·25의 전범이며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판문점 도끼 만행, IAEA(국제원자력기구) 탈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죄과와 만행을 저질러온 북한의 괴수에게 앞으로의 남북정상회담 의 성과를 위해 조문도 가야 하고 조의도 표해야 한다는 당시 일부 정치인들의 발상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이 안 간다.

물론 조문이 꼭 애도의 차원을 떠나 외교적·의례적 성격이 없는 바 아니지만 저들이 가령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됐을 때 노동신문 등에 발표한 내용만 보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우리 한국을 정통적인 국가로 인정하려고도 아니하는 태도를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따라서 남북관계에 관한한 우리는 추호도 서두를 게 없다. 저들보다 수십 배 높은 국민의 경제적 여건이나, 숱한 대가를 치르고 역사적·정치적 시련을 극복해 정통성을 가진 정부를 탄생시킨 민족적 저력이나, 우리가 굳이 북한에 눈치나 보고 아쉬운 소리를 할 처지가 아니다.

따라서 저들이 핵을 갖고 장난치는 것도 국제적 여론과 감시 등을 의식해 한계가 있으니 정상회담도 구태여 서두를 게 없고, 대북관계에 의연하고 냉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더구나 김일성과 김정일보다 더 강경노선을 걷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 우리가 공연히 내부 분열이나 허점을 보인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불안만을 초래할 것이 뻔하니 오히려 김정은 체제에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당면한 북핵과 사드 문제,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눈앞에 놓여 있는데, 오랜 기간 유지돼 온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지 않길 기대한다.

우리에게 통일은 물론 민족지상의 염원이지만, 섣부른 통일보다는 우리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간답게 사는 길이 더 큰 과제임이 전제되는 정상회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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