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을 살려내다, 예술작품으로

▲ 작품사진- 항로: 다른세상을 계획하다

이사벨 아퀼리잔(Isabel Aquilizan)과 알프레도 아퀼리잔(Alfredo Aquilizan)은 필리핀에서 영국, 호주 퀸즐랜드에서 각각 파인아트를 수학하고 현재 호주 브리즈번에서 살면서 교사, 작가, 배우,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부부 작가다. 두 작가는 많은 국가와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느꼈던 자신들의 정체성과 분열돼 가는 현대사회의 틈을 보고 자신들만의 인류애를 찾기 위해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전시하는 작품 ‘항로:다른 세상을 계획하다’는 여행이 테마다. 필리핀에서 호주, 영국을 오가며 현지에서 수집한 포장용 박스 골판지를 덧붙이며 거대한 배를 만들었는데 그동안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느낀 문화와 삶의 경계를 하나의 이동수단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골판지와 폐품으로 삶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쓸모 없다 여겨져 버려진 것들이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해주는 배로 다시금 재탄생한 것이다.

바다는 하늘과 더불어 이세상의 모든 구조와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세계다. 또 다른 관점의 바다는 대륙과 대륙을 갈라놓긴 하지만 바다를 거치지 않고서는 서로 소통할 수 없다. 이 넓은 바다는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길인 셈이다. 그 길의 한가운데 작가들의 작품인 배가 있으며 이 넓은 세상을 ‘하나 된 세상’으로 연결하는 유일한 상징이다.

배와 비행기에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레임을 느꼈던 여행의 끝자락에서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했던 모든 현대 문화의 경계를 연결하고 자신들이 혼란스러웠던 정체성에 대한 실마리를 푸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다문화 어린이들과 함께 찾아가는 프로그램인 ‘In Flight’ 프로젝트는 현지의 어린이들과 함께 버려진 재활용품과 개인이 갖고 온 재료를 활용해 이 세상 하나뿐인 비행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모든 사람이 이동과 여행, 집을 나서는 순간 낯선 문화와 사회를 접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현상을 문화와 인종, 언어를 뛰어 넘는 순수한 어린이 공공미술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