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홍수로 생명과 재산을 빼앗기고 나서야 수해대책을 떠들고, 한해(旱害)로 농작물이 말라죽고, 식수가 고갈되는 고통을 겪은 뒤에야 가뭄대책을 떠드는 것은 무능한 정치와 통치의 호들갑이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자연보호운동이고, 환경보호운동이며, 생명보존운동이다. 이 때문에 계절과 때가 없이 계속돼야 할 필수적 국가사업이다. 정치적 정쟁대상이나 정쟁수단이 돼서도 안 되며, 당리당략으로 이용할 대상도 아니다. 예부터 현명한 통치자는 치산치수로 민생을 다스렸다. 나라와 백성들의 무고안녕을 도모하는 기본 덕목이고 지혜다.

그동안 4대강 치수사업을 정쟁대상으로 삼아 반대만 일관해온 정치세력의 행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특히 여당이 하니까 야당은 반대해야 하는 통념적 정쟁은 치졸한 정치작태다. 다만 치수사업 추진과정에서 파생되는 시행관청과 시공업자 간의 부당한 유착관계나 각종 부정·비리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를 감시·감독하고, 단죄하는 노력은 더욱 강화하는 게 정치의 몫이다. ‘녹조 현상’에 대한 환경론자들의 선동에 동조해 민생과 직결된 치수사업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망국적 정치행태일 뿐이다.

야당이란 이유만으로 치수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편향적 의식이 빚어낸 잘못된 정치다. 치수사업은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할 민생 공존사업이며, 잘못된 것은 시정·보완하면서 계속돼야 할 국가의 근본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은 잘한 것이다. 2차 사업으로 계획됐던 지천(支川)을 연계하는 치수사업도 시급하다. 4대강 사업의 성패는 유역에 연결된 지천사업과 직결된다. 큰 강줄기에 몇 개의 보(洑) 설치만으로 끝난 게 아니다. 4대강 수계(水系)의 각 지역 저수지로 연결되는 도수로(導水路) 공사 또한 시급하다. 지역별로 산재한 저수지 활용률을 높이고,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반대 정당의 정치적 시비나 환경단체들의 시비에 휘말려 주민들의 식수원 공급마저 위기로 몰고 간 것은 무능통치의 표본이다. 수자원은 이용될 때 부가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녹조 현상을 이유로 저수된 수자원을 값없이 버리는 것은 문명시대를 외면한 아집의 통치다. 가둬진 물에서 나타나는 이끼나 녹조는 여름철 발생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연못을 파면 물고기가 생기는 이치와 같다. 농업용수 공급마저 중단해야 할 정도로 녹조 발생이 문제라면, 통치의 급선무는 방제기술 개발이다.

녹조 현상 때문에 보를 열고 강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라는 건 가뭄에 시달리는 농심을 배반한 무능통치의 민낯이다. 농촌 민생들이 겪는 가뭄 피해보다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녹조 피해가 더 클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는 가뭄과 홍수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 피해는 산술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올해도 6월 한 달을 가뭄에 시달렸다. 현대적 기술과 장비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고통을 답습했다. 충청지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행히 뒤늦게라도 백제보 수문을 막고 도수관을 이용해 보령댐으로 물을 보낸 건 충남 서부지역 주민들의 식수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

가뭄 때마다 겪는 충남 서북부의 농공업용수 및 생활용수 해결을 위해 금강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를 잇는 도수로 공사도 시급하다. 4대강 치수사업을 반대하던 정당 출신 충남지사도 도수로 공사를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비로소 소속 당의 잘못된 정략을 깨달은 것이다. 우측 깜빡이 켜고 좌측으로 달리는 편향적 정치의식은 이제 접어야 한다.

푸르른 산을 보면서, 치산의 지혜를 깨달았던 과거 통치자의 치적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부터는 치수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치산치수가 현대문명과 어우러질 때 우리나라는 더욱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