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력하여 선(善)을 이루는 행위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의로운 행위지요

부정(不淨)타고 주검을 방치한다면
부패된 시신으로 불편하기에

부정탐을 감수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합력하여 장례를 치르는 것이지요

장례에 참가한 부정탄 사람들

정(淨)하게 보관한 붉은 암소 태운 재
흐르는 물에 풀어 우술초로 뿌리면

정결하게 되지요
거룩하게 되지요

부정탄다, 더럽다고 외면하는 사람들
자신은 의롭다고 주장들 하지만

부정탐을 감수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동체 선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는
우리들의 진짜 진짜 영웅이지요.

성경에서 말하는 잿물은 생물을 불에 사른 후 남은 재를 물이나 올리브유에 타서 비누 대용으로 사용한 세제나 표백제다. 히브리어로 ‘네테르’, 헬라어로 ‘니트론’, 라틴어로는 ‘나트룸’으로 번역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의 재는 탄산나트륨 성분이었다. 우리나라도 비누가 나오기 전에는 아궁이나 화로에서 나온 재로 잿물을 만들어 세탁에 사용했고, 지방과 세탁물의 종류에 따라 짚, 콩깍지, 뽕나무, 잡초 등의 재를 사용했다. 조선시대 ‘규합총서’에 묵은 때는 특히 콩깍지 잿물에 잘 빠진다고 쓰여 있다. 조선 말기 서양문물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가성소다(NaOH)가 잿물 대신 세제로 사용됐고, 이를 우리는 서양에서 들어온 잿물이라 하여 ‘양잿물’이라고 불렀다.

민수기를 읽다보면 속죄제의 제물로 붉은 암송아지의 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온전하여 흠이 없고 아직 멍에를 메지 않은 붉은 암송아지를 진영 밖에서 잡을 때, 제사장은 본인의 손가락에 송아지의 피를 찍어 그 피를 회막 앞에서 일곱 번 뿌린 후 암소를 불사르게 하고, 백향목과 우슬초와 홍색실을 암송아지를 사르는 불 가운데로 던졌다. 그런 후 정(淨)한 사람이 암송아지의 재를 거둬 진영 밖 정(淨)한 곳에 보관했다. 이스라엘 회중을 위한 이 행위는 부정을 씻는 물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재를 만드는 행위였다. 이 과정에서 제사장과 송아지를 도살한 자, 송아지를 사르는 자, 암송아지의 재를 거둔 자 모두 부정한 사람이 됐다. 왜 이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부정한 일을 해야만 했을까? 죽은 사람의 시체를 만진 자, 장막 안에서 죽은 주검이나 들에서 죽은 주검을 만진 사람은 부정탄 사람으로 정결의식을 거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인간의 본질적 사명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뤄가는 데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달란트에 따라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야말로 합력하여 선을 이뤄가는 사람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부정(不淨)한 일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르게 세워가는 진정한 영웅들이다. 매일 매일 씻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에 때가 끼는 동물인 사람은 육신의 노폐물이 땀으로 배출되면 세면이나 목욕을 통해 청결을 유지한다. 죄를 씻어내기 위해 암송아지 재를 흐르는 물에 풀어 우술초로 뿌렸던 속죄제(贖罪祭) 제의(祭儀)의 한 형태였던 이 행위에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라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다. 리더인 제사장부터 공동체를 위해 부정한 일을 친히 감당하라는, 합력하여 선을 이뤄가라는 하나님의 신호다. 작금의 지성인들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의식에 너무 매몰돼 있다. 행동이 없는 고고한 담론으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부정한 일을 친히 감당하는 솔선수범이야말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덕목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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