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수필가>

 

작지만 울림이 큰 소리가 있다. 틈새로 새어드는 빛도 희망이 될 때가 있다.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최근 박희진 의원(자유한국당·대덕구1)이 발의한 ‘참전유공자 지원조례’ 중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대전시는 내년부터 참전유공자들에 대한 명예수당 지급대상자를 종전보다 확대·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 최근 언론을 통해 짧게 보도가 됐지만, 그동안 소외돼온 전상·공상 유공시민들에겐 대서특필의 가치다. 그러나 아직도 대상자 모두에게 명예수당이 지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초 조례 제정 시 기준이 됐던 1964년 7월 18일부터 1973년 3월 23일까지 해당되는 65세 이상 국가유공자들 중에서 소외됐던 일부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의 길이 확대됐을 뿐이다.

대전시는 그동안 참전유공자들에게 후생복지 차원의 명예수당을 지급하면서 ▲국가보훈급여를 받는 사람 ▲고엽제후유증 환자 지원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당을 받는 사람 등 일부 대상자를 제외시켰다. 기존 ‘대전시 참전유공자지원 조례 단서조항’ 때문이었다. 이제 다행히 불합리한 조례를 바로잡았다. 우리 현실로 전쟁유공자 예우는 국가와 지방 따로 없이 정책상 우선돼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도, 또 문명과 풍요가 세계 속에 넘치도록 만든 것도 목숨 바쳐 나라 지킨 전쟁유공자들의 공훈이다.

금액의 다소(多少)를 떠나, 나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해준다는 의미가 당사자들에겐 더욱 소중한 것이다.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법률적 수당과 관계없다. 지정된 기간 내에 국가에 공을 세운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후생복지 차원에서 대전시 자체 시책으로 지급하는 예우다. 국가와 민족을 지키는 데 헌신했던 유공자들의 자긍심을 현양(顯揚)하기 위한 것이다. 돈은 작지만 의미는 크다. 전체 시민들에게 해이(解弛)된 국가관·역사관 등 애국의 가치관을 배양한다는 취지도 함께 따르기 때문이다. 대전 시민 화합의 기본도 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국가유공자 소외계층을 살핀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시국 불안을 선동하는 시위자들이나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애국가 제창마저도 거부하는 반체제 선동 시위자들에게까지도 지급돼온, 소위 민주화 보상금에 비하면 턱도 없이 빈약했던 게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였다. ‘예우(禮遇)’라는 말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로 겨우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툭하면 입으로만 뇌까리는 ‘애국’, ‘애족’보다 비록 작고 늦었지만 비현실적 조례를 개정해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예우나 배려가 곧 애국이고, 애족이며, 나라사랑 정신임을 일깨우는 소중한 사례다.

대전시는 국가보훈처의 보훈 급여나, 고엽제 피해 수당을 받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시켜 내년도 본예산에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소요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급하던 5500명과 새로 추가되는 2100명을 합쳐 총 7600여 명이 내년부터 명예수당을 받게 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은 국가보훈처에서 주는 수당과 별개다. 참전유공 시민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것인 만큼 수혜 대상자 확대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복지 증진은 물론 국가유공자들의 긍지와 자부심 고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책”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례 개정에 따라 내년도 대전지역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지급대상자는 2100명이 늘어난다. 1인당 월 5만 원씩 12억 6000만 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 유공자에 대한 명예수당이기엔 부끄럽다. 지난날 북한에 퍼다 주고, 받지 못한 국민혈세가 무려 2조 7000억 원(22억 4185억 달러)에 이른다는 소문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가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확대 지급에 나선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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