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꿈꾸고 탐험하라

나는 오늘도 졸리다. 잠이 부족하다.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께서 임신 중에 나에게 아이를 낳고 나면 깊은 잠을 못 잔다고 하시더니 정말 아이 낳고 조그마한 인기척에도 무슨 일이 있나 하며 노심초사하는 습관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지금에도 남아있는 듯하다.

출근길에 마시려고 커피를 챙겨들고 차를 탔다. 운전하면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소설 ‘잠’을 소개하는 광고가 나온다. 라디오에서 책을 광고한다니 조금 신기했다. 옛날에는 참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정말 대작이 아니면 안 하는 것 같다. 반갑고 또 ‘꼭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잠 1, 2’는 소설 ‘개미’(1991년)로 명성을 얻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4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수면 연구에 천착해온 여성 신경생리학자의 아들인 자크가 어머니의 연구를 이어받아 수면의 세계를 제어하고 꿈을 통해 시간을 넘나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야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2016년 교보문고 조사에 따르면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지난 10년간 가장 사랑받은 소설가에 선정됐다.

‘잠’! 꿈 속 모험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잠과 꿈, 무의식에 대한 베르나르의 상상의 스토리로, 주인공인 자크(28세)는 유명한 신경 생리학자 카를린 클라인 교수의 아들이다. 자크 클라인의 아빠는 항해사로 자크가 열한 살 때 항해 중 목숨을 잃었다. 엄마의 수면에 대한 비밀실험을 하던 중 사고로 실험 대상자가 사망하게 되고, 충격을 받은 카를린은 그날 밤 자던 중 사라진다. 이에 당황한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날 꿈 속에서 자신의 20년 뒤인 48세의 자크를 만나게 된다. 48세의 자신이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있고 위험한 상황이니 어머니를 구하러 가라고 한다. 자크는 꿈 속 내용을 믿지 않고 무시하다가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꾸고 어머니가 찾아갔던 ‘꿈의 민족’ 세노이족을 찾아가게 된다. 갇혀 있는 엄마를 구하려 하는 자크는 마침내 편안히 잠든 엄마의 미소를 발견하게 된다.

잠 1, 2편을 보면서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을 소개해 본다.

‘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3분의 1이나. 게다가 12분의 1은 꿈을 꾸면서 보내죠.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이 없어요. 잠자는 시간을 단순히 몸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보거든요. 깨는 순간 꿈은 거의 자동적으로 잊혀요. 밤마다 매지근하고 축축한 침대 시트 밑에서 벌어지는 일이 나한테는 신비롭기만 한데 말이에요.’

‘상상력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여름밤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분들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을 권하고 싶다. 나도 오늘 밤은 잠 푹 자고 기분 좋아지는 꿈도 꿔봐야지.

박찬희<공주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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