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권리나 의무가 평등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소중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이것이 인권(人權)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외모나 성별, 나이, 국적 등을 이유로 인권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경우 인간에게 최고의 선인 행복에 다다르기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인권존중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든 사람들의 소중한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충남도와 아산시의 인권조례 논란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일부 기독교 단체의 반발로 촉발된 논란은 충남도내 전 시·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간 ‘찬·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조례 취지가 동성애를 옹호하려 한다”고 반발하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아무 근거 없이 동성애 조장이라는 억측으로 인권조례를 폐지하라고 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을 무너트리는 행태”라며 맞서고 있다.

찬반논란이 격화되자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성별, 종교, 장애, 연령,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헌법과 법률,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이유로 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했고, 세계보건기구도 성적 지향 자체가 정신질환은 아니라고 발표한 사실과 인권조례가 종교영역에서 이뤄지는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동성애’와 ‘종교의 자유 침해’ 등에 대한 일부 기독교 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

인권위는 특히 성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이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차별과 편견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다. 그들은 성명에서 일부 기독교 단체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고 있다. “잘못된 자기네 인식을 힘으로 강요하려 하는 나쁜 행태다. 기독교가 세상의 빛이 돼야 하는데, 일부 기독교 세력은 세상의 짐이 되는 수준이다. 기독교 단체의 반인권 행태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사람들의 입에서 종교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사회에 모범이 되고, 세상의 등불이 돼야 할 종교계가 도리어 사회로부터 지탄받고 있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걸어갈 길이 보인다고 했다. 종교의 위상이 이처럼 땅에 떨어진 이유는 그들의 행적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 군사정권 찬양, 정교유착(政敎癒着), 교회세습, 일명 ‘10당 5락’의 금권선거 횡행, 강제 개종교육을 통한 인권유린 등은 종교에 대한 환멸을 낳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환멸의 대상으로 전락한 종교계가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솔직히 마뜩찮다. 스스로 변하지 않고 거듭나지 않으면서 남들을 향해 손가락질 한다면 이는 시대착오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뒤쫓기만 한다면 멸종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회가 사회의 등불이 되고,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도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불신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것처럼,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도 명문화돼 있다. 인권은 헌법으로 보장된 최고의 가치다. 종교계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길 충고하고 싶다.

인권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인권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빼앗을 수 없고, 남에게 넘겨줄 수도 없는 권리다. 성별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성적지향이 다르고, 성별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