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청 인권경찰 워크숍’서 박준영 변호사 특강

▲ 8일 충남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인권경찰 구현을 위한 수사·형사 워크숍’에서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가 강연하고 있다.

“과거 고문 경찰관으로 지목된 이들도 알고 보면 노모를 부양하거나 자기 자식에게는 그렇게 좋은 아버지일 수 없었다. 결국 모든 인간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어떤 상황이 주어지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잠재된 악성(惡性)이 발현돼 잔인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경찰에 의한 고문과 강압수사는 이제 사라져버린 구시대의 악습이며 경찰 조직 일부 구성원의 문제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강변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는 이렇게 항변했다.

첨단 과학수사가 보편화하고 인권을 중시하고 있지만 경찰에 몸담은 누구도 폭행이나 고문 등의 유혹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통렬한 지적인 셈이다.

동시에 철저한 자기통제와 반성을 요구하는 박 변호사의 낮은 목소리에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일선 경찰관들의 표정은 다소 복잡해 보였다. 8일 충남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인권경찰 구현을 위한 수사·형사 워크숍’의 한 장면이다.

박 변호사는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 등을 맡았던 재심 전문변호사이자 영화 ‘재심’의 실제 모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날 박 변호사는 현직 경찰관들을 상대로 특강에 나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사례 중심으로 풀어 전달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당시 15세 소년이 용의자로 검거돼 폭행 등 각종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당한 게 핵심”이라며 “이후 복역중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를 토대로 한 인접 경찰서의 재수사와 재심 등으로 진범은 잡혀 징역형을 받았고 30대가 된 소년은 뒤늦게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또 정의 실현에 사적인 동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뭔가 공익적인 일을 하는데 사적인 동기가 있다고 하면 이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타인들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사적인 동기로도 의미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무엇보다 사적인 동기를 밖으로 표출함으로써 사건의 왜곡과 변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내가 맡은 재심청구사건에 나 역시 사적인 동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무죄판결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이 달성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억울함과 절규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큰 사회적 반향을 낳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충남경찰은 이날 강연 뒤 신속하고 공정한 법집행과 인권 보호를 골자로 하는 ‘수사경찰 서비스헌장’을 낭독하기도 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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