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새로움이 낡아 또 다른 새로움으로

도시는 창조적 분발을 일으키는 장소이자 가치를 잃고 버려진 모든 것들의 운명이 소비 자본주의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불평등, 빈곤, 공해, 지속 가능성 등의 가치는 새로이 만들어진다. 가치의 범위가 예술을 통해 확장되고 재정립되는 거다. 제2갤러리는 한때 찬란했지만 버려진 채 소멸된 것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새로움으로 다시 살아난 예술, ‘재생’을 테마로 한다.

 

펑홍즈-신들의 유기소2

◆펑홍즈(Peng Hungchih), ‘신들의 유기소2’

“대만의 경제는 불안했었지. 사람들은 도박에 미칠 수밖에 없었어. 돈을 따게 해달라며 신에게 기원했는데도 도움이 안됐지. 결국 난 신상을 버렸어”

경극 무대를 표현한듯한 스크린 위로 지나가는 한 편의 글귀는 대만의 사회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화면을 유기소에 버려진 신상(神像)들이 바라보고 있다.

1980~90년대 초반 대만 경제는 위기에 놓였다. 치열한 국제 정세 속에서 자본과 지원은 악화되고 국채는 쌓여만 갔다. 마치 1970년 우리 사회가 겪은 격동의 시기와 같았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사람들은 집집마다 가졌던 신상 앞에서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기원을 드리곤 인생 역전을 꿈꾸며 도박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올 때 주머니엔 동전 한 푼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겐 신상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신상은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작가는 재활용센터에 버려진 신상 501개를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은 신에 대한 존재감이 사라진 현실을 지적하고 더 나아가 문맹에 대한 이야기, 한 순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자본경제와 물질만능주의를 고발하는 제스처를 보내며 인간의 헛된 욕심을 꼬집고 있다.

 

리나 베너지-수공예 작품

◆리나 베너지(Rina Banerjee), ‘정체성을 찾아서’

2015년 ‘뉴욕을 뉴욕답게, 현대 미술을 이끌 작가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리나 베너지는 인도 태생이다. 그는 성장하면서 인도 특유의 카스트 제도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며 자랐다. 훗날 그런 감성을 지닌 채 뉴욕으로 떠난 그는 그곳에선 인종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마주하게 됐다. 인도에서 느낀 신분의 한계, 뉴욕에서 경험한 인종 불평등에 대한 문제는 그의 작품에 페미니스트적 성격으로 나타났다.

그의 작품은 결국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그는 자아에 대한 얘기면서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현실,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언뜻 보기에 작품이 괴기스럽기도 하지만 그 괴기스러움 속에 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여기엔 그가 추구하는 또 다른 이상향이 있다. 역사는 보통 히스토리(History). 남자의 이야기지만 그는 허스토리(Herstory)로 접근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사벨&알프레도 아퀼리잔(Isabel&Alfredo Aquilizna), ‘다른 세상을 개척하다’

필리핀 태생의 작가 이사벨&알프레도는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지금은 호주에 정착해 작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나 작가는 문화와 문화,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이동수단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 때문에 그의 작품 상당수는 배와 비행기 등이 대부분이다. 전시된 거대한 배는 그가 여행을 다니며 각 도시에서 주운 이런 박스들을 하나하나 모아 만들었다. 여러 국가들의 박스들이 모여 하나의 혼성 도시를 만든거다.

또 작가는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그 곳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 이질감을 끊임없이 아이들과 소통해왔다. 아이들과 미래의 도시를 꿈꾸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지금도 아이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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