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총 회장

 

헌법 제31조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며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교육이 학생집단의 가소성, 교사의 전문성, 교육성과의 단기적 정량적 평가 곤란성과 가시성의 한계로 일반행정과 같은 준거를 적용하기 어렵고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한 보편적 인식이므로 이를 반영한 것이다. 정치는 현실문제를 권력작용에 의해 강제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지만 교육은 학습자의 내면적 자발성을 촉구해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접근 방식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사무를 지역교육청에 완전히 이양하겠다고 한다. 내년 지방분권형 개헌을 앞두고 교육자치를 중심으로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유럽은 단위국가가 연립해 형성된 연방체제 국가로서 교육은 물론 대부분의 행정권을 독립된 주권을 갖는 지방정부가 전통적으로 담당해 왔다. 따라서 교육업무도 일반 지방행정업무의 일부분으로 관리되므로 중앙집권제에서 출발한 우리와는 근본이 다르다. 실질적으로 단위학교가 교육실무의 중심이 되며 교육구의 교육지원청이 행정을 주도하고 광역교육청과 교육부는 지원역할만 담당한다. 단위학교장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과 견제를 받으며 학사운영 전반의 책임을 진다. 우리나라는 제도상으로 학교장의 업무는 비슷하지만 책임만 많고 권한은 상급기관에 집중된 구조이다.

따라서 첫 번째 문제는 정권에 따라 중앙정부나 지자체장의 정치 편향적 영향을 크게 받고 학교현장 및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워 자주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 전국 획일적, 통제적 교육과정이나 교육지원청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이다. 어린식물을 키울 때 빛의 방향에 따라 줄기의 성장방향이 기울어지듯이 성장기의 학생은 교사나 교재에 따라 편향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

둘째, 재정적 안전성이다. 재정의 대부분은 중앙정부의 재정교부금과 보조금에 의존하지만 교원의 대부분 인건비에 충당되며, 담배세, 지방교육세 등으로 편성되는 자치단체 전입금은 학교 운영의 일부에 사용된다. 그동안 노출된 학교급식비, 누리예산과 보육예산 등 중앙과 지방의 정치적 갈등은 고스란히 학교현장으로 전가되고, 지자체 의회는 예산편성권을 빌미로 학교운동장 개방 및 학교시설 일반인 이용, 지자체나 의원들의 홍보성 활동 등 비교육적 각종 요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및 지자체 재정지원을 포괄예산으로 지원해 정치적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셋째, 자율성과 전문성 약화 문제이다. 학교자치의 본질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교육내용, 시간운용, 학교조직의 틀과 운영, 인사 및 재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성이 거의 없어 교사의 사명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또 교원의 재정적, 신분상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사명감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

유병로 대전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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