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노숙인 지원을 위해 관련법이 제정된 것은 5년 전인 지난 2012년이다. 그 이전에는 소위 부랑인보호법이라는 법이 있었지만 그 법은 노숙인을 지원하기보다는 가난하고 집이 없다는 이유로 부랑인으로 정의하고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자로 여기고 이 사회로부터 격리수용하는 형벌적, 반인권적 제도였다. 다행히 노숙인에 대한 시각이 지난 1998년 IMF경제체제 당시 급격히 늘어난 노숙인을 보면서 그들이 사회의 암적 요소가 아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노숙인에게 최소한의 지원을 위한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노숙인 관련단체와 연구자들에 의해 노숙인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갖는 구조적인 모순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노숙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노숙인 지원을 위한 관련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노숙인을 지원하는 관련법을 제정하는데 소극적이었던 보건복지부와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법은 아주 기형적인 형태를 띄게 되었다. 예를 들어 노숙인 지원기관으로는 쪽방상담소가 편재되어 있으나 쪽방노숙인에 대한 정의나 개념, 지원을 위한 근거는 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주 생뚱맞게 쪽방상담소 운영에 관한 것만 삽입되어 있는 수준이다. 또한 노숙인 의료급여도 노숙인만 유독 진료기관 당연지정제를 시행함으로 노숙인은 아파도 국가가 지정한 곳만 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문제에 대해 복지부의 해명은 여전히 노숙인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보다 더 기형적인 것은 노숙인 지원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로 이원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떤 근거나 원칙도 없이 기존의 부랑인시설은 중앙부처가 IMF이후 생겨난 노숙인시설은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관련법을 보면 노숙인 지원체계는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재활, 요양, 자활, 일시보호, 쪽방상담소로 돼있는데 재활, 요양시설은 중앙정부가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담당한다면 법체계와 정부의 지원체계가 서로 상이한 구조인 것이다.(심지어 서울의 경우 재활시설 중 일부도 서울시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노숙인지원법 개정을 꾸준히 추진하여 지난해 말 양승조의원의 대표발의로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노숙인법에 있는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몇 가지 점들에 대해서는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갑자기 아주 생뚱맞게 김승희 의원실에서 노숙인지원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그대로 놔둔 채 아주 지엽적인 문제인 중앙종합지원센터 설립과 관련하여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얼마 전 김승희 의원실에서 노숙인지원법 시행 5년에 대한 평가토론회가 열리더니 곧바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이건 뭐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김승희 의원은 개정안 제안사유를 “… 현행법에서는 노숙인 지원을 위한 상담 및 복지서비스연계, 이력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설치근거를 두고 있으나, 현재 운영 중인 지원센터의 경우 기존의 대도시 위주의 상담센터를 종합지원센터로 명칭만 변경한 수준에 지나지 않아 노숙인 발견과 지원의 최일선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원센터의 체계 및 업무를 명확히 하여 노숙인의 복지 증진에 필요한 사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보건복지부장관은 노숙인복지 지원을 위한 조사·연구·개발, 지역지원센터 운영지원 및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중앙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노숙인 지원을 위한 상담 및 복지서비스연계, 이력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지역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함으로써 노숙인 복지지원 업무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역종합지원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중앙종합지원센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종합지원센터 설립과 운영이 지방정부의 몫이기에 소도시 지방정부의 경우 노숙인지원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전국노숙인시설협회에서 의정부, 울산, 광주지역의 쪽방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해당 지자체에서는 쪽방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숙인 지원체계에서 중앙종합지원센터가 있으면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은 노숙인 지원이 이원화되어 있는 것을 중앙정부로 일원화하는 것이요, 양승조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중앙센터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현재 상태를 그대로 놔둔 채 단순히 중앙센터만 만들어진다면 예산낭비의 표본이요, 행정편의를 위한 것이며, 옥상옥에 불과할 것이다.

감히 김승희 의원께 요청한다. 뜬금없는 중앙센터 설립이 아닌 지금 노숙인을 지원하기 위해서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개정안은 다분히 노숙인을 위한 개정안이 아닌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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