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자리 좁다고 투덜거렸고
자리 낮다고 불만이었네

능력에 걸맞은 자리 달라고
날마다 당신께 불평하였네

상대방과 비교하는 높은 자리 좋은 자리
보기 좋은 자리이나 보시기는 아니라며

새벽 빛 타고서 찾아오신 보혜사(保惠師)

지금 있는 그 자리 너에게 족하니
기쁘게 감당하고 감사하며 따르라네

지금 있는 그 자리 사명(使命)의 자리이니
불편하다 불평 말고 비교하지 말라하네

사람의 자리는 사람이 만드는 법

자리 줄테니 자리를 펴라는
당신의 음성에 머리를 조아리네

‘자리 석(席)’자에서 ‘자리’의 본래 의미는 훈몽자회(訓蒙字會)의 ‘돗 셕(席)’에서 보듯이 ‘돗자리’의 ‘돗’자였다. 이 ‘돗’은 왕골이나 부들 따위를 엮어 만든 깔개로, 사람이 앉거나 눕는 ‘자리’를 의미한다. ‘자리’는 ‘돗’이 한자(漢字)인 석(席)자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자, ‘돗’과 자리바꿈을 하게 된다. ‘돗 석(席)’자를 ‘자리 석(席)’자로 부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돗자리’라는 말 속에는 한자인 석(席)자의 의미가 이중으로 함축돼 있다. ‘자리’가 깔개라는 뜻의 ‘돗’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자 우리는 ‘그런 것을 펴 놓은 곳’이라는 추상적인 장소의 의미로까지 확대해 ‘자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공간적인 의미에서 ‘땅자리’, ‘생자리’처럼 흔적이 남은 자국과 같은 과거의 현상에도 사용한다. ‘땅자리’는 호박이나 수박 따위가 땅에 닿아 빛이 변하고 험하게 된 부분을 뜻한다. ‘생자리’는 오히려 손을 대거나 건드린 적이 없는 자리를 의미한다. 추상적으로는 일정한 조건의 사람이 필요한 곳으로 흔히 ‘일자리’나 ‘혼처(婚處)자리’를 일컫기도 하고. 기회를 나타내는 일정한 사람이 모인 곳을 뜻하기도 한다.

“높은 자리 있을 때 잘 봐달라”는 말이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자리’라는 말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의미로 우리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예수님은 청함을 받은 자의 비유에서 ‘자리’를 통해 겸손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 청함을 받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 택함을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네가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그와 그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라 하리니 그때 네가 부끄러워 끝자리로 가게 되리라. 청함을 받았을 때 차라리 끝자리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앉으라 하리니 그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이 있으리라. 무릇 자신을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누가복음 14장 7~11절)

명(命)에 의해 맡겨진 임무를 우리는 사명(使命)이라고 한다. 부릴 사(使)자는 사람 인(亻)변에 음을 나타내는 관리 리(吏)자가 합해 이뤄진 형성문자다. 일(一, 오로지)과 사(史, 공적인 기록을 적는 사람)의 합자인 관리 리(吏)자를 사전은 회의문자로 표기하고 있지만, 나는 입 구(口)변에 어른 장(丈)자로 해석하고 싶다. 어른을 성숙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나의 해석을 너무 자의적이라고 비난해도 좋다. 성숙한 사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 주어진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바로 사명이기 때문이다. 10대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으로 14살에 임신해 조산아를 출산했지만 2주 만에 아이와 사별하고 마약중독자로 10대를 보낸 빈민가 출신의 흑인 여자, 타임지에 의해 미국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1위에 선정된 오프라 윈프리는 자서전 ‘이것이 사명이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남보다 더 많이 가졌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사명이다. 당신이 남보다 더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사명이다. 당신이 남보다 더 설레는 꿈이 있다면 그것은 망상이 아니라 사명이다. 당신이 남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면 그것은 짐이 아니라 사명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님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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