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얼마 전 발생한 초등학생 대상 성범죄 혐의 여교사에 대한 공분이 뜨겁다. 여교사는 구속까지 된 상태지만 SNS와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은 해당 여교사 ‘신상털기’에 나섰다. 그런데 전혀 상관이 없는 여성의 사진이 공개되고 그 피해 여성이 고소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교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출신 학교와 인적사항, 가족사진 등이 공개됐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여교사와 피해 학생의 학교가 연관 검색어로 등록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교사뿐만 아니라 피해 남학생의 신상도 무차별 추적이 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자극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온라인에서는 가해자 ‘신상 털기’가 진행된다. 문제는 가해자의 배우자·자녀 정보까지 공개되며 2차 피해가 생긴다는 점이다. 2013년에는 신상이 공개된 아동성범죄자의 미성년 아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흔히 신상털기라 하면 인터넷상 대상자의 본명, 전화번호, 얼굴 사진을 캐내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마녀사냥이나 인민재판이라고도 불린다. 신상털기 과정에서 가해자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트라우마는 상당하다. 자신의 가족이 하루 아침에 언론에 등장하는 범죄자가 된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가해자 가족 역시 가해자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피해자임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범죄 가해자와 그의 가족들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어린 자녀들의 인권은 이들의 신상이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쉽게 무시당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신상털기가 괜히 다른 사람을 헛지목해 그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리는 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는 것은 범죄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공개가 인정된 경우를 빼면 당사자가 누구건 그건 예외가 없고 심지어 공개 대상자의 가족조차도 신상을 유포하는 순간 범법자가 된다. 설사 합법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라 해도 유포로 인해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 역시 범죄다.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 다른 사람의 사진, 이름 등 개인정보를 올리기만 해도 민·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상대가 나쁜 사람이니 신상을 공개해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설사 상대가 연쇄 살인마라도 죄가 된다. 범죄자의 신상이 언론에 이미 공개됐다고 해도 그 가족에 대한 공개는 역시 죄가 된다. 법을 몰랐다는 이유로 처벌이 면해지지 않는다. 상대가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신상털기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감과 사회의 진실을 밝혀내고 싶으면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법원, 감사원, 언론매체 등을 활용하는 등 합법적인 방식이 얼마든지 있다.

내 정보가 소중하듯 남의 정보도 소중하고 내 명예가 훼손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 남의 명예도 훼손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자신이 행한 클릭 한 번, 공유 버튼 누르기 한 번이 신상을 털린 개인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 되는 지를 이해하고 스스로 제어하는 자제력이 필요하다.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의 삶이 파헤쳐진다는 것은 이러한 권리가 크게 손상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상털기를 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인권을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남의 사적인 공간을 들여다보고 싶은 관음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모두의 관심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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