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공장이 들어선 공단지역 주민들에게는 매연·악취 등 숱한 공해의 고통만 남겨놓고, 돈은 벌어서 몽땅 서울로만 가져가는 재벌기업들의 파렴치한 상혼(商魂) 갑질에 참고 견디다 못한 해당지역 자치단체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완섭 서산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공해 문제로 공단 주변 주민들과 항시 불화·갈등을 빚어온 대산화학공단 내 입주기업체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대산공단은 서산시 대산읍 일원, 가로림만 입구 해안가 대부분을 차지한 석유화학공업단지로 1989년부터 삼성, LG, 현대, 호남, KCC 등 국내 굴지 재벌들의 석유산업 관련 화학공장들이 빽빽하게 입주해 있다. 규모로 따지면 옛날 울산보다 앞서가는 대단위 화학공단이다. 그 때문에 현지 주민들에겐 발전적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환경오염 피해로 돌아오는 역기능이 더 크다. 공장에서 내뿜는 독한 매연과 악취 등으로 인한 환경 관련 민원과 마찰, 갈등이 잦고, 지역 내 환경오염 문제, 인근 주민들의 건강 문제, 각종 사고 위험과 불안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기업과 주민 모두 상생의 방향으로 유도·조정해야 할 관할 시장으로선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공정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서산시장은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의뢰해 대기 중 공해물질 오염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산공단 상공에서 발암물질인 다량의 ‘벤젠’이 포집된 객관적 근거도 확보했다. 기업과 주민이 함께 상생 발전을 위해 주민들에게는 감정 자제를 당부하고, 공단 내 기업들에게는 환경오염 저감대책과 주민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한 안전망 확충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벌기업들은 지역 자치단체장의 간곡한 요구까지 소홀하게 취급했다. 기껏해야 소액의 장학금이나 자동차 지원 등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지원이 고작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대산공단 기업들은 연간 40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공장 증설을 거듭하고 있고, 연간 5조 원에 달하는 국세를 납부하면서도 지역에 대한 사회적 공헌도는 미미하다. 울산의 SK이노베이션은 1020억 원을 들여 울산대공원을 조성했고, 전남 여수의 경우 GS칼텍스는가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종합문예회관을 건립하고, 매년 운영비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또 인접한 당진의 경우는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문예의전당과 종합버스터미널, 다목적체육관을 건립해 당진시에 기증했다.

서산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꾸준한 인구 증가와 도시 인프라 확충으로 서산은 외형적 발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규모 화학공단이 들어선 울산이나 여수와 달리 대산공단 입주기업들의 비협조로 추가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대산항 국제여객선 취항과, 해미 군비행장을 이용한 민간항공 유치, 대산선(線) 철도 건설사업 등 2030년 인구 30만 도시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으나, 상생 발전을 도모하고 협조해야 할 대산공단 입주기업들은 여전히 지역에는 공해만 남기고, 돈은 벌어 서울로 보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산시는 앞으로 ‘기업 및 지역사회 동반성장 프로젝트’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들과 공조체계를 구축해 대산공단 입주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 시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산공단 기업들에게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역 발전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으나 기업들은 코웃음만 날리고 있다”라며 “대산공단 입주기업들도 앞으로 상생적 공헌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우리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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