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기자로서 낮은 곳으로 임하려 했던 다짐은 2년 만에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떳떳한 MBC 구성원으로, 떳떳한 기자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뉴스 하지 않았습니다. 곁에 있던 아내가 당신네는 왜 파업 안해?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파업하면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아내는 파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이게 공영방송의 현재 모습입니다. 회사원이 아니라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따라가야 합니다.”

지난 4일 대전MBC에서 개최된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 KBS본부 대전충남지부의 공동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두 방송사 조합원들의 이야기다.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의 삶을 꿈꾸며 입사한 공영방송. 그러나 그들이 겪은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정의가 부정당하고, 진실과는 동떨어진 취지지시에 더 이상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 어쩌면 마지막 남은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는 의지가 이들을 파업으로 이끌었을지 모르겠다.

공영방송 KBS와 MBC가 망가진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지난 9년간 시청자들은 두 공영방송을 떠났다. 이제는 뉴스의 신뢰성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는 KBS9시뉴스와 MBC뉴스데스크는 한때 두 방송사를 전체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견인 할 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 MBC를 빗대 ‘마봉춘’, KBS는 ‘고봉순’이라는 애칭도 부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았던 두 공영방송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는 공영방송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조차 너무도 쉽게 거세당했다. 이를 지키기 위해 파업과 항의했던 노조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건 해직과 부당징계였다. 업무와 무관한 비 제작 부서로 쫓아냈다.

공영방송 KBS, MBC에 완전히 등 돌렸던 것으로 보였던 국민들은 여전히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헌정질서를 유린했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을 이끌어 냈던 촛불민심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공영방송을 살리는 것이 우리 사회를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하에 자행된 언론장악을 통한 KBS, MBC 두 공영방송의 몰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정권에 부역했던 언론부역자, 언론 적폐청산은 시대적 과제라고 봤다. 지난 정권 내내 국민의 민심을 외면한 채 권력에 부역했던 KBS, MBC 기자들을 촛불 현장에서 쫓아내면서도 공영방송 정상화, 언론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기나긴 탄압에 지쳐가던 언론인들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게 만든 건 지난 촛불 민심의 힘이다. 다시 공영방송 정상화를 기치를 내건 MBC, KBS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 가능했던 이유다. 공영방송 노동자들은 국민을 믿고, 지난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며 더 이상 권력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했다. 자신들의 생명줄과 같았던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려놓고, 밤샘 작업하며 매진했던 촬영 현장을 떠나 국민 앞에 서기로 했다. 그렇게 공영방송 KBS, MBC 언론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됐다.

그동안 뭐 했냐는 질책도 필요하다. 왜 이제야 나서나?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정말 믿어도 될까? 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파업은 정당하다. 권력에 빌붙어 국민이 아닌 권력을 위해, 자신의 사욕을 위해 공영방송을 악용 했던 과거를 바로 잡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다시 마봉춘, 고봉순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공영방송 KBS,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희망한다. 공영방송 KBS, MBC 파업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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