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경 충남소방본부 소속 A 소방장(당시 31·소방교)은 충남 태안의 한 도로에서 비상소화장치를 점검 중 달리던 버스에 충돌하는 사고로 순직했다.

#. 지난 2007년 9월 11일 대전소방본부 소속 B 소방위(당시 38·소방장)는 차량 화재현장을 진압하고 복귀하는 길에 소방차량의 타이어 파열로 인한 교통사고로 인해 순직했다.
 

최근 강릉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소방공무원들이 순직한 사고를 계기로 목숨을 걸고 화재진압과 구조 활동에 나서는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현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소방 활동을 하다 순직과 부상을 당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속출하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마련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충남의 한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30대 소방관 C 씨는 지난 17일 강릉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날 새벽 강원 강릉 석란정에서 화재 진화 중 이영욱(59) 소방경과 이호현(27) 소방교가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려 순직했다.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소방관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자신의 현실을 대입하며 토로한다. 업무 과다 속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소방관들의 하소연. C 소방관은 “정원 100을 기준으로 하면 소방 곳곳의 인력은 60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 업무가 곤란한 실정이다. 출동도 해야 하고 다른 업무도 봐야하는데, 출동을 나가면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잦다”며 “부상을 당했을 때도 이 같은 업무 부담 때문에 참고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출동과 업무가 중복되는 열악한 상황, 소방관들이 이를 참고 곪다 보면 큰 부상으로 번진다. 공상은 그 한 예다. 대전·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역 소방공무원 공상자 수는 지난해 8명(대전), 6명(충남)을 비롯해 올해 9명(대전), 6명(충남)에 달하고 있다.

대전지역 D 소방공무원은 지난해 3월 19일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진압하기 위해 옆 건물로 이동하던 중 좁은 계단에서 호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넘어져 오른쪽팔과 허리 부상을 입었다. 또 지난해 12월 3일에는 화재현장에서 화점을 찾아다니던 E 소방공무원이 살얼음판에 미끄러져서 부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비단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소방공무원의 순직 및 공상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지난 4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순직 및 공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순직 및 공상자는 총 1746명(순직21, 공상17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직 및 공상자 수는 지난 2012년 292명(순직7, 공상285)에 비해 지난해 2016년 450명(순직2, 공상448)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근무유형별 순직자는 구조활동(11명) 중 일어난 것이 가장 많았고 화재진압(8명)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까다로운 공상절차는 가뜩이나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들의 신청을 머뭇거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또 지난 5년 동안 소방공무원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진작부터 나오고 있다. 작은 부상이라도 자유롭게 의료비 신청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다.

소방관계자는 “소방공무원들의 가벼운 부상은 의료복지차원에서 의료비 신청을 받아 치료비를 내주고 있지만 올해 6건, 지난해 6건으로 신청은 많지 않다”며 “홍보를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 참여는 그리 많지 않다. 의료비 신청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바랐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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