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묵 대전시 도시재생본부장

 

도심 외곽에 위치해 조용한 동네로 알려졌던 대전 중구 석교동이 지난 9월 11일부터 마을가게를 살리기 위한 마을화폐 ‘벗’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민과 상인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인사와 따뜻한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서 지역화폐의 사용이 처음은 아니다. 지역화폐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밭레츠의 ‘두루’가 2000년부터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대전 전역을 대상으로 한 품앗이 화폐로, 특정 지역의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지역화폐는 석교동에서 시작하는 지역화폐 ‘벗’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석교동 마을공동체인 석교마을앤사람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9월 11일부터 지역화폐(마을가게 이용권)‘벗’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석교동은 1990년대 인구가 2만 8000여 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1만 7000여 명으로 약 40%가 감소되었다. 또한, 준공 후 20년 이상 된 주택의 비율이 50%를 넘는 주택노후화 지역으로 인구와 경제력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지역이다. 석교동은 20여 년 전부터 마을공동체 활동이 전개된 곳으로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자 지난해에 석교마을앤사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석교동 주민 기업현황과 마을가게 활성화방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마을경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마을 내부에서의 지출과 순환을 확대해 마을경제의 선순환적 발전을 이뤄내는 마을화폐활동이다. 마을에서 발행하고 거래되는 화폐, 주민과 마을가게가 상생하는 지역화폐 ‘벗’을 시범추진하게 된 것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마을가게들이 얼마나 참여할 것인지 걱정하였으나 석교동의 주요 골목인 돌다리로에 위치한 대부분의 마을가게인 41곳이 협약을 체결하고 동참하고 있다.

마을화폐 이용은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마을화폐를 교환한 후 사용할 수 있는데 주민이 마을화폐로 환전을 할 때 5%의 덤을 준다. 벗의 최소 발행단위가 ‘천원’이므로 2만 원을 환전하면 2만 1000 원을 받는다. 마을화폐 사용은 ‘마을가게 이용권 벗 협약가게’라는 표시를 부착한 가게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협약을 한 마을가게는 카드 수수료 정도의 금액을 마을기금으로 출연한다. 소비에 따른 이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마을기금으로 쌓이고 마을기금은 마을의 공익적 사업에 지출할 계획이다. 주민은 마을가게의 활성화를 돕고, 마을가게는 마을기금을 통해 주민을 돕는 상부상조의 관계, 더불어 잘 사는 좋은 관계를 맺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마을화폐 환전 장소는 대전시 공유재산으로 청년·마을공동체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후 무상사용토록 한 옛 장수경로당 1층에서 할 수 있다. 아울러 옛 장수경로당은 2층은 청년들이 청소년의 학습을 지도하는 공간으로, 지하는 마을공방으로 활용을 준비 중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은 도시의 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지자체와 공동체 주도의 지속가능한 ‘도시혁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정책이다. 대전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본격추진 계획으로 쇠퇴한 지역의 도시재생을 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주민의 참여를 넘어서서 주민주도의 도시재생이 추진되어야 하며, 석교동의 마을화폐 활동은 주민과 상인의 참여 속에 진행되는 것으로 도시재생뉴딜사업과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다. 석교동이 마을화폐 ‘벗’의 성공을 통해 지역상권을 되살리고 튼튼한 지역공동체와 함께 도시재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활기차고 주민이 행복한 동네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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