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명예교수

 

우리가 이미 보도를 통하여 잘 알듯이 10월 6일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2017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결정하여 발표하였다.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재앙적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약에 기반한 핵무기 금지를 달성하기 위해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성과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는 이유로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을 결정했다고 했다. 아주 잘 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온 세계가 지금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벌이고 있는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혹시 몇 나라는 그것을 자기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한 경제 전략으로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는 양측 정부나 정권을 넘어 8000만 명의 인명과 뭍 생명들의 생존과 유구히 이어나갈 그들 후손들의 삶과 직접 관련된 아주 심각한 문제다. 추석연휴를 깊게 지내는 동안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이 아주 평상스러운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위기상황에서 평상심을 가지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들끼리 벌이는 갈등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벌이는 일 때문에 생존의 위험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의 속수무책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이 그렇게 나왔을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각성과 각오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자 결정을 의미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미국과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실험을 통한 막말 대결을 중단해야 한다. 서로 최고 존엄이라고 말하고 최고통치자라고 하면서 내쏟는 그 말들은 참으로 누가 듣기에도 민망한 가장 혐오스럽고 저질스러운 말들이다. 이제 말들의 품위를 찾을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나 책임자들은 두 나라 정상들에게 그러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할 필요가 있다.

2. 핵무기를 핵심으로 양측의 갈등상황은 극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원래 핵무기는 사용 불가능한, 사용해서도 안 되는 위력을 가진 공포용이다. 그 무기를 가지고 있는 측들도 사용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고 나는 믿는다. 인류는 그러한 공포용 무기 때문에 공포에 떨고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따를 만큼 어리석은 단계를 훨씬 지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핵무기 경쟁이 아니라, 모든 핵무기로부터 내려올 단계다. 올라갈 때는 정신없이 그 정점을 향해 갔지만, 그것들이 무의미한 것을 안 이상, 이제는 아주 조심스럽게 성숙하고 숙련된 모습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래서 피차 핵을 포기할 것을 선언하고, 모든 것을 공포스러운 무기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정성을 기초로 한 대화밖에는 길이 없다는 것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흔히 말하듯이 미국의 트럼프나 북한의 김정은은 예측 불가능한 이들이 아니라, 자기들의 입장에서 아주 치밀하게 계산하는 사람들이며 그러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그 제도를 이끌어 간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대화의 자리로 나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하여도 한국정부와 시민들은 아주 간절하게 무력대결이 아니라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을 양측에 당부하여야 한다.

3. 모든 것은 현실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다. 현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나라라는 것, 지금 갈등하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유엔에 정식 국가로 등록되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상호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대한민국이 정당하게 자기의 이름으로 활동하듯이 북한도 정식 이름으로 불러주고 인정하면서 대화하여야 한다. 이미 남북 사이에는 서로 체제를 인정하면서 상호 간에 공식 이름을 사용할 것을 약속한 바가 있다. 그러므로 북은 대한민국이란 공식 명칭으로 남을 부르고, 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공식 이름으로 북을 불러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이미 박정희 시절의 7ㆍ4공동선언, 노태우 시절의 남북합의서, 김대중 시절의 6ㆍ15공동선언, 노무현 시절의 10ㆍ4선언으로 확인된 것이며, 남북문제에 대한 기본의견과 방법들이 아주 치밀하게 나와 있다. 그것을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 문제에서도 먼저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4. 그러려면 역시 북미가 한 자리에 앉아야 한다. 실제로 평화로운 분위기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정착시킬 길은 우선 그것부터 시작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한국정부와 시민들이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 북미 간의 갈등에서 한국정부와 시민들이 직접 할 일은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먼저 앞장서서 북미 간에 대화할 것을 주선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중국, 러시아, 일본과 유엔이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장으로 나올 것을 주선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북미 간에 주고받는 이른바 ‘치킨게임’이란 불미스러운 놀이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체를 회복하고 할 일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5. 이러한 문제들을 모든 시민들은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삼삼오오, 크고 작은 모임 따위를 막론하고,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아주 간절히 기도하는 맘으로 논의하고 걱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하여 우리 모두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깊게 평화를 위한 기도와 맘 모으기를 하자. 적대감정이 사라지면서 평온한 맘으로 상대방과 무모한 짓이라고 판단하는 일들이 이성으로 행동하는 단계로 돌아오도록 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을 하는 생활인이 할 일은 이것이지 않을까?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