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표상징물, 빵집에도 밀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맞물려 대전시가 4차 산업혁명특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 R&D 인프라의 핵심인 대덕특구의 배후도시로서 가장 큰 잠재력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요람, 대전’의 정체성을 대전에서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전시민들 사이에서도 ‘과학기술도시’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대전이 4차 산업혁명특별시로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1. ‘과학의 도시, 대전?’
2. 유출되는 과학기술 인프라
3. 대전의 선행과제

대전이 스스로 ‘과학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가장 큰 자랑거리는 대덕특구의 존재다. 국가 과학기술의 핵심 인프라가 모두 대전에 집적돼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자부심은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점으로 극대화됐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과학의 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꿈돌이는 대전시민의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졌고 한빛탑만 덩그러니 남았다.

4개의 정부출연기관과 25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 1800여 기업이 밀집한 대덕특구에서 쏟아지는 과학기술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대전의 관문 대전역의 상징물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성심당 튀김소보루’가 자리를 잡았다. 과학기술의 중요성 대두와 함께 대덕특구 입주 기관·기업의 몸집도 커지고 있지만 시는 이를 감당할 여유 공간 확보조차 힘겨워하고 있다. 대덕특구 출연연이나 기업의 조직들이 하나둘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다.

대전시와 대덕특구의 관계 설정에 대한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각자도생’의 틀에서 벗어나 ‘상생’의 조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게 상징물이다. ‘과학의 도시’라는 곳에서 과학의 상징물을 만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이 같은 지적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민 김 모 씨는 “대전이 스스로 과학의 도시라고 하지만 연구기관이 몰려있다는 것 외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 같다. 대덕특구 역시 ‘섬’과 같다는 느낌이다. 과학기술 관련 행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것 외에 ‘대전=과학기술’을 성립시킬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타지 사람의 왕래가 잦은 역과 터미널 등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자리 잡고 있는 디지털첨성대나 KAIST의 지능형 로봇 ‘휴보’ 등을 상징물로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대전과 과학기술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더 힘을 받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덕특구에서 도출되는 과학기술들이 대전지역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관건은 역시 대덕특구 과학기술을 창조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내는 거다. ‘아티언스’ 등 신선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행사 하나 기획하고 무엇을 채울지 협의하는 정도로는 과학기술의 창조적 재발견이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은 관 주도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점 조직들의 창의적 성과들이 모여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행정·연구 조직들이 머리를 맞대고 과학과 인간의 삶을 융화시킬 방법론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랜드, 자기부상열차 시범사업, 뇌과학연구원 등 굵직한 국책사업 유치 실패의 과거를 반추해보면 그 원인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정치력 부재’라고 결론 내리기엔 노력의 크기가 결코 크지 않다.

시는 최근 4차산업혁명특별시로 거듭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첨단센서 산업 육성, 스마트 스트리트 조성, 4차 산업혁명 전시·체험관 운영 등이 포함된 4대 전략 24개 과제를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와 대덕특구 연구자 간 무너진 신뢰를 방증한다.

대덕특구 관계자는 “연구자들 사이에선 대전이 과학의 도시가 아니라 ‘과학잡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수많은 국책사업 유치 실패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선 탁상행정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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