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 로드맵 마련을 공식화하면서 관련 이슈는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의 장점에 공감한다. 전면 시행에 준비가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부문부터 도입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어 박상우 LH 사장은 “공공분양 후분양제 로드맵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실무진끼리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 후분양제 도입 의사를 내비친 건 주택, 특히 아파트의 불법 전매를 통한 투기에 대한 문제인식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투기로 인해 높아진 아파트 가격으로 인해 가계부채는 1400조 원을 넘어섰고 실수요자의 피해 역시 잇따르고 있다는 데 대한 문제인식을 공식화했다는 거다. 현재 분양제도인 선분양제는 1977년 도입됐는데 국가 재정이 부족했던 때 정부의 부담 없이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철저히 건설사 중심의 제도라는 한계가 있다.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을 토지만 확보하고 공사비 등은 계약금, 중도금 등을 통해 분양자에게 전가한다. 금융사 역시 부동산 개발자금 명목으로 수조 원을 대출해 주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저가 자재 사용으로 인한 부실공사 등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분양권 불법 전매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부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분양권 전매 건수는 11만 8000건이다. 액수로는 41조 원이 넘는데 이 추세라면 올해 불법 전매액은 지난해(57조 원)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후분양제가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보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고착화된 선분양제 체제에서 모든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청약통장 등으로 운영되는 주택도시기금 등의 역할 변화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일부 후분양제로 분양할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신규 공급물량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리스트가 큰 만큼 금융사를 통해 사업비를 마련하기 힘든 건설사가 나오기 시작해 결국 자금력이 강한 대표성 있는 건설사만 살아남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이럴 경우 결국 신규 공급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분양제 의무화에 대한 법률안이 이미 국회에 발의된 상태고 정부 역시 이를 공식화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 선분양제 체제를 고치고 후분양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제가 건설사에 유리한 정책이란 것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30년간 고착된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바꾸는 것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파트로 노후생활을 하는 수요자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대적으로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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