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엘리펀트 송' 쏟아지는 대사와 격변하는 감정, 디테일 가득한 행동들까지...

"'사랑한다'라고 했으면 진짜 최고였을 텐데, '미안하다'라고 했어도 눈물이 났을 거에요. '도와달라'고만 했어도 이해했을 텐데, 엄마가 뭐라고 한 줄 알아요? 음정 세 개를 틀렸어." 

연극 '엘리펀트송'은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지막 목격자인 환자 마이클, 그의 담당 수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극. 팽팽한 긴장감은 물론, 상처받은 소년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매혹적으로 드러낸다. 

극은 처음부터 긴장감이 팽팽하다. 로렌스 박사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그린버그와 마이클에 대해 경고를 하는 피터슨의 대화로 시작, 처음부터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경쾌한 콧노래로 등장을 알린 마이클은 천진난만한 모습과 달리 그린버그와 팽팽한 기싸움을 펼친다. 관객들은 결말에 이를 때까지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마이클은 세 가지 조건 '진료기록을 보지말 것, 초콜릿을 줄 것, 피터슨은 제외할 것'을 걸고 그린버그에게 진실을 말할 것을 약속한다. 물론 마이클의 답변을 듣기는 쉽지 않다.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피터슨에 대한 인격모독성 발언, 로렌스 박사와 부적절한 관계였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극 초반, 관객들은 그린버그의 심정으로 마이클을 바라보게 된다. 답답하거나, 짜증나거나.

그러나 작품은 반전의 연속이다. 마이클의 엉뚱한 답변들은 사실 그의 상처를 담고 있었고, 극이 끝날 때는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퍼즐이 맞춰진다. 마이클은 사실 하루살이 사랑으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일 뿐. 엄마의 이야기, 아빠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은 이제 마이클에게 안타까움과 동정심,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음정 세 개의 가치보다 못했다'고 아파하는 그와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극중 '코끼리'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마이클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유이자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통로. 마이클은 '앤소니'란 이름의 코끼리 인형을 친구로 여기고, '앨리펀트송'을 부른다. 두 가지는 엄마로부터 유일하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것들로, 그가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배우 자비에 돌란의 주연작 ‘엘리펀트 송’(2014)에서 그린버그와 피터슨이 아이를 잃어버린 후 이별한 부부였다는 설정 외에 연극 ‘엘리펀트 송’은 대사까지 비슷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에서 보여준 마이클의 죽음 이후 조사를 받는 그린버그와 피터슨의 모습, 피터슨과 이별을 한 후 새로운 출발을 한 그린버그의 모습은 드러낸 채 온전히 마이클과 그린버그의 대화, 그리고 그 모습을 경계의 눈빛으로 관찰하고자 하는 피터슨에 집중했다. 이에 마이클과 그린버그의 신경전과 함께 하는 대화가 촘촘하게 진행된다. 

특히 마이클을 연기한 배우 곽동연은 무대 등장 이후 극이 끝날 때까지 퇴장하지 않는데, 쏟아지는 대사와 격변하는 감정, 디테일 가득한 행동들까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초연에 이어 재연 그리고 삼연까지 ‘엘리펀트 송’의 무대는 마이클의 코끼리에 대한 트라우마와 사랑에 결핍을 상징한다. 마이클이 남아프리카에서 아빠가 죽인 코끼리를 본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조명 효과와 더불어 벽에 넝쿨과도 같은 잎들이 관객들에게 높은 몰입을 선사한다. 기존 무채색 배경의 무대와는 달리 밝은 색상이 눈에 띈다.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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