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과 다양한 예술작품 통해 시련 이길 에너지충전공간 됐으면"

 

“여긴 정체가 도대체 뭔가요.”

대전 중구 선화동 즐비한 주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이곳을 들어설 때마다 사람들이 한결같이 보이는 반응이다. 누군가에게 이곳은 예술의 마력에 빠지는 갤러리가 되기도, 마음을 다친 이들에겐 상처를 아물게 해 줄 심리상담소가,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겐 잠깐의 여유를 주는 카페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지칠 법도 하지만 울상을 짓고 들어온 사람들이 웃으며 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이런 게 세상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단다. 복합문화공간 ‘소이헌’을 운영하는 김소연 대표를 18일 만났다.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중국 최고의 시인이면서 시선으로 추앙받는 이백이 자신의 한시(漢詩)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표현한 ‘소이부답(笑而不答)’. 공간 ‘소이헌’은 이 고사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누군가에게 여유를, 바쁘고 고된 일상에서 잠시의 한가로움을 줄 수 있는 ‘집 밖의 집’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공간의 힘을 강하게 믿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고 모를 뿐이지 우리 무의식에 저장돼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이헌을 통해 사람들에게 실제로 보여지는 거죠.”

1950년대에서 70년 사이 선화동에선 쉽게 볼 수 있었을 법한 한옥 한 채에 자리 잡은 소이헌은 세상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이곳 문턱을 타고 넘어올 때 한없이 무거운 고민과 세상살이에 대한 부담을 어깨 한가득 짊어지고 오지만 다시 문을 열고 나갈 때면 그 시련을 이길 에너지를 얻고 돌아간다. 김 대표가 좁지만 세상 가장 넓은 공간, 소이헌을 만든 이유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전혀 아니에요. 단지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조금 있을 뿐, 세상에서 가장 순수함을 가진 분들이죠. 물질적인 것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것에서 얻는 게 너무 많아요. 한 잔의 차와 미술작품, 심리치료가 함께 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사람과 공간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과 같은 예술은 상처 입은 이들에게 치유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작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나 감정에 울림을 주는 연주회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것도 사람의 심리에 예술만큼 힐링을 주는 건 없다는 김 대표의 오랜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시련을 이길 자양분은 바로 예술과 심리치료라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에서 나오는 셈이다.

“정말 신이 우리에게 준 것 중 가장 대단한 건 시련을 이길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를 다 잃었을 때 우리는 절망을 마주하고 희망을 잃게 되죠. 웃음을 통해 자족하는 삶을 원하는 이들이 소이헌을 찾죠.”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 오늘도 공간 소이헌에선 늘 그랬듯 또 다른 누군가가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새로운 자양분을 얻는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