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구 국민연금공단 동대전지사장 직무대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는 즈음, 우리 역사상 청백리(淸白吏)의 상을 되짚어 보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이 시대 공직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다. 이를 통해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생활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 역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청백리들은 고려시대의 정몽주, 최영, 조선시대의 황희, 류성룡, 정약용 등을 들 수 있지만 충청지방 출신인 맹사성을 빼 놓고는 청렴을 논하기가 어렵다. 맹사성의 출생지는 현재 아산으로 지명이 바뀐 온양으로 고려 충신 최영의 손녀사위이며 여말선초에 재상을 지낸 인물이다. 성품이 청백 검소해 평생을 남루한 행색으로 보냈지만 그의 정신은 청빈낙도 풍요의 삶을 영위했다. 그와 관련된 일화 중 ‘흑기총(黑麒塚)’과 ‘인침연(印沈淵)’은 가장 유명한데 그의 청렴했던 삶의 모습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우선 흑기총을 살펴보자. 일화에 따르면 맹사성은 온양의 자택 뒤에 위치한 설화산을 오르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쓰러진 검은 송아지를 발견했다. 맹사성은 송아지를 구출해 집으로 데려와 정성으로 보살폈다. 송아지는 은혜를 느꼈는지 맹사성을 몹시 따랐고 맹사성은 송아지가 소로 성장하고 나서도 타고 다녔다을 정도로 일생의 대부분을 함께 지냈다고 한다. 맹사성이 79세로 세상을 떠나자 검은 소는 사흘을 먹지 않고 슬퍼하다가 굶어 죽었는데 이에 사람들이 감동헤 맹사성의 묘 근처에 묻어 주고 흑기총(黑麒塚)이라 명명하게 했다.

인침연 역시 맹사성의 인품을 볼 수 있는 일화다. 맹사성이 재상으로 재직 중 부모가 계신 온양에 행차할 때에는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검은 소를 타고 평민의 모습으로 움직인 때가 많았다. 한번은 안성과 평택의 두 고을 수령이 맹사성이 내려온다는 소문을 듣고 대접해 청탁도 할 겸 처세를 하기 위해 수령과 하인을 장호원에서 기다리게 했다. 남루한 행색의 맹사성이 소를 타고 지나가자 수령이 하인을 보내 꾸짖었다. “무엄하다. 감히 누구 앞이라고 거만하게 본체만체 지나가느냐?” 그러자 맹사성이 하인에게 말했다. “가서 온양에 사는 맹꼬불(孟古佛)이라 하라.” 이에 뒤늦게 맹사성임을 알아챈 두 수령은 놀라 혼비백산해 달아나다가 언덕 아래 연못에 도장(관인)을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해 이를 인침연이라 부르게 됐다.

요즘 공직사회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청렴의지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공직에 몸을 담고 있는 공직자들은 청빈낙도의 정신으로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고 백성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선인들이 살아온 철학을 거울삼아 청렴을 생활화하여 실천함으로 서로가 신뢰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2016년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176개 국가 중 52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조사 이래 한국이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이고 OECD 35개국 중에서는 29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국가청렴도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지난해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가 있었다는 점도 있지만 관행이란 이름으로 암암리에 행해지던 청탁, 접대문화가 척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점차 우리 사회의 온당히 못한 어두운 그늘들을 걷어내는 사회적 통제시스템이 정착되고 우리 국민들의 의식이 변화되어 감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한 밝은 사회가 곧 도래하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선도적으로 부응하고자 국민연금은 ‘청렴한 국민연금 든든한 노후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청렴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부서장 보직자들로부터 청렴서약서를 받아 청렴 의지를 확인하고 월 1회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직원 행동강령에 대한 교육을 통해 특별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청렴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청탁금지법에 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 및 가입자 등 어느 누구라도 각종 부패와 비리행위, 청렴의무 위반행위,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행위 등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국민연금 헬프라인(redwhistle.org)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국민연금공단이 창립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장구한 세월을 지나면서 많은 풍파도 있었지만 모든 역경을 딛고 드디어 우리나라의 중추적인 사회보장기관으로 우뚝 섰다. 앞으로도 국민연금 직원 모두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청렴을 실천함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더욱 견고히 쌓아가고 국민연금이 노후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최승구 국민연금공단 동대전지사장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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