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는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해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각 지방의 실정에 맞는 적합한 교육정책을 강구·실시함으로써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교육제도로서 1949년 교육법에 의해 근거가 마련됐다. 1961년 폐지됐다 1988년 부활됐으며 1991년 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거 본격 시행됐다. 이는 중앙정부에 의해 계획 통제되던 교육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교육사무의 심의와 의결은 자치단체의 의회가, 집행은 주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된 교육감이 총괄한다. 따라서 교육자치의 원리는 주민자치, 지방분권, 자주성의 존중, 전문적인 관리에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교육자치는 예산권을 빌미로 한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획일적, 보편적 교육시스템을 운영해 왔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심의 의결권으로 빚어진 갈등으로 중립성이 훼손됐다. 특히 국정교과서, 무상급식, 학교시설의 개방 등 교육외적 요소에 휘둘려 교육계는 몸살을 앓았다. 법적으로는 단위학교의 책임과 의무가 크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권한이 교육청에 머물러 단위학교로의 권한 이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교육부와 전국 교육감 협의회는 학교문화 혁신을 위한 교육자치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골자는 2018년부터 초·중등 재정지원 사업의 지원방식, 예산규모, 지원시기 등을 전면 재검토해 단위학교의 자발적인 혁신을 지원하고,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 자율성을 강화하며, 과중한 제재와 평가 부담에서 벗어나 시·도교육청이 스스로 정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법령을 개정해 오는 2019년부터 교육부의 권한을 교육청으로, 또 교육청에서 다시 단위학교로의 이양을 촉진하고 교육과정 편성·운영 등 학교의 자율적 혁신 문화가 안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교육의 지방자치화는 필요하지만 지역 간 재정격차나 교육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8학군이 발생되지 않도록 안정된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 헌법상 모든 국민이 평등한 교육받을 기회를 확보해주는 교육제도는 국가사무의 핵심영역으로 지역적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재정 및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 자치의 핵심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교육계획과 재정을 기초로 단위학교에서 편성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단위학교장의 자율권한으로는 첫째, 학교장의 교원 인사권으로 법적으로는 교직원 지도감독권, 국립학교 교장의 교사임용권 및 승급권, 초빙교원 요청권, 기간제 임용권 등이 있으며 둘째, 교육과정에 관해 학교장에게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 운영권, 학기결정권, 수업일수 결정권, 수업시각, 수업일수나 운영방법 결정, 셋째 학교운영에 관련해 학교규칙의 제·개정권, 입학허가, 조기졸업 및 승급권, 학생의 징계 및 지도권, 가정학습 명령권, 예산안 편성 및 집행권, 7급이하 지방직 공무원임용 및 승급 등이 있으나 교육청의 협의가 필요하거나 지도감독을 이유로 눈치를 보게 돼 책무만 있고 권한은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중앙정부는 물론 교육청과 정치권의 간섭도 무시할 수 없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첫째,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 수업시각은 학교장이 정하도록 돼 있으나 교육감이나 지자체의 간섭으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둘째, 학사운영 영역은 학교장의 권한임에도 자치단체 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거부할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학생의 복장자유 및 휴대전화 소지의 권리, 정보를 열람할 권리 등으로 학습권이나 학생지도권과 충돌하기도 한다. 셋째, ‘학교폭력 가해학생 생기부 기재 거부’처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간 상이한 정책과 분쟁으로 학교의 혼란이 방생되는 경우가 있다. 넷째, 광주 학교자치조례나, 전북 교권보호조례처럼 시·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조례가 상위법과 충돌하여 법체계상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화 및 교육자치 강화 방침으로 교육부의 유·초중등 교육사무는 대폭 시·도교육청에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교육청의 사무도 대폭 교육지원청과 단위학교로 이관돼 실질적인 교육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교육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지원 역할만 충실히 하면 교육의 자율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유병로 대전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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