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택시업계 옥죄는 행정수도 개헌?’

문재인 대통령의 세종시 행정수도화 공약이 ‘지방분권 로드맵’에서 누락돼 충청권을 홀대하고 있다는 논란이 야기된 가운데, 정작 대전지역 일부 택시들은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반대’라는 문구의 홍보물을 차량에 부착한 채 운행을 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대전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미 지난 9월 중순 “우리 단체는 헌법에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명시하는 것을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공표한 바 있는데, 이들은 행정수도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대전에서 세종으로 인구가 6만 5000명 이상 빠져나가 택시 손님이 감소해 생계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명시되면 정부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고, 수도권보다는 대전을 비롯한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세종시로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행정수도라면 관련된 공무원과 편의시설만 있으면 되는데 아파트를 잔뜩 지어 투기장을 만들고, 산업단지·세종테크노밸리를 조성해 대전의 공장들이 이전하는 등 대전을 잡아먹는 빨대효과가 큰데 ‘세종시=행정수도’가 헌법에 명시되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돼 대전 인구가 20만 명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세종시에 기업도시가 들어온다고 할 때 반대론자들은 ‘행정도시가 들어서면 대전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 그 예측은 틀렸다. 두 번 다시 교수들과 정치인들의 말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대전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행정수도 명문화를 추진하는 것을 결사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대전 택시업계의 입장과 대조적으로 세종지역 택시 기사들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 택시 282대(법인택시 124대, 개인택시 158대) 기사들은 ‘행정수도 완성 택시 홍보단’을 구성, 지난달 17일 발대식을 갖고 차량에 ‘행정수도 세종 개헌으로 완성’이란 문구의 홍보물을 붙여 ‘세종시=행정수도’ 개헌에 관한 공감대 형성을 일조하고 있다.

이 같은 양 지역 택시업계의 극과 극의 모습 이면에는 사업구역 통합을 둘러싼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 영업구역을 통합하자는 대전 택시업계 요구에 세종시 업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대전 업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국가적 이슈인 ‘행정수도’, ‘개헌’과는 괴리가 있는 집단이기주의적인 행태에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대전지역 택시업계는 지난달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등에 “대전은 택시 숫자를 줄이며 고통을 감내하는데 세종시는 증차를 하고 있다. 사업구역의 경계를 허물자.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세종시 때문에 피해를 본 다른 업계와 연대해 행정수도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라는 요지의 건의서를 전달했고, 일부 대전 택시기사들은 지난 6일 행정수도 개헌 대토론회가 열린 국회까지 찾아가 “세종시로 인구가 빠져나가 영업이 안 돼 택시 수를 줄이고 있다”라며 행정수도 개헌에 반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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