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혁명, 서양 해부학 발전에도 영향

 

요즘 독일은 중세의 힐데가드 수녀가 남긴 레시피도 자연요법으로 부활하고 있다. 당시 남유럽에서는 해부학이 발달했다 보니 이탈리아에서 온 상인은 해부도가 그려진 해부학 그림을 시장에서 팔고 있다. 이것에 관심이 끌린 그가 가격을 물었는데 자그마치 20굴덴이란다. 자기 처지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면서 물건을 다시 탁자에 놓는데, 사실 이런 그림들은 고위층만 소유할 수 있었다.

구텐베르크가 1455년에 인쇄기를 발명한 이래로 인쇄술의 혁명기에 이른다. 그 전에는 이런 종류의 책자들을 1년에 100개를 만들었다면, 그 이후는 300만 개를 만들 수 있었다니 인쇄술 발달의 결과다. 당시에 루터가 종교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인쇄술의 발달이 한몫을 했는데, 역으로 만약에 이런 인쇄술의 발달 전에 루터가 종교개혁을 했었다면 실패의 원인도 될 뻔했다.

자! 이젠 밤 9시가 되었다. 시장도 파했다. 이젠 선술집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이 알트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카드놀이를 하면서 엄청나게 맥주를 마셔댄다. 당시는 아침저녁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알코올이 적게 함유된 약한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 이런 맥주를 마시면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니 샘물보다도 더 선호했단다.

물론 저녁에 선술집에서 마시는 이런 맥주들은 어른들을 위한 얼큰한 맥주다. 이렇게 술을 마시다가 치고받고 싸우기도 한다. 다치고 벌금을 물기도 하고…. 술을 진탕 마시는 자들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이때 구석에서 맥주와 함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던 자가 갑자기 숨도 못 쉬고 컥컥거린다. 이때 의사인 알트하우스가 나서서 숨을 쉴 수 있도록 구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낮에 해부학을 팔던 상인이다. 숨을 쉬고 살게 된 이 상인은 이 의사를 알아보고선 당장에 해부학 그림을 선물한다. 이런 인연 때문에 후에 그는 이태리로 의술을 배우러 가게 되는 행운아가 된다.

이렇게 한 외과의사를 통해서 중세를 조금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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