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에서 노래하다 소음 신고로 쫓겨난 버스커가 공원 구석 쓰레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노래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행해지는 버스킹(Busking)은 인디뮤지션들에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유일한 무대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는 이들이 맘 놓고 노래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해방구지만 이곳에서 마저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잦은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음피해로 인해 출동하는 경찰을 맞닥뜨릴 때마다 버스커들은 머릿속이 하얘진다. 사람 많은 곳은 늘 시끄럽기 마련인데 어떤 속사정 때문에 신고가 접수되는지 알 수도 없다. 매일 저녁이면 공원을 찾아 노래하는 장 씨도 이 같은 고민에 놓인 버스커 중 하나인데 얼마 전 그도 경찰을 마주하게 됐다. 늘 그랬던 것처럼 공원에서 노래하던 중 누군가의 신고로 공원에서 쫓겨나 구석진 곳에 있는 쓰레기장을 배경삼아 노래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을 주변 버스커들에게 털어놓은 후 뜻밖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동안 버스커들을 신고해 온 게 다름아닌 주변 상인들이라는 얘기였다. 장 씨는 “공원 인근 상인들이 신고를 한다고 하는데 경찰은 그 이유가 ‘소음과 영업 방해’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값비싼 음향을 원하는 것도, 화려한 무대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 노랠 들어줄 관객과 맘 편히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인데 이럴 때마다 서글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변 상인들도 할 말이 많다. 버스킹이 하나의 공연 문화로 자리잡은 건 이해하지만 이들로 인해 자신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거다. 가게 안으로 노래 소리가 그대로 들어오고 가게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으니 손님이 안 들어온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공원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저렇게 큰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안 시끄러울 리가 있겠나. 있던 손님도 나가고 버스킹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손님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 편만 들 수 없는 관할 구청도 고민이긴 마찬가지다. 원도심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우리들공원 등 지역 일부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했는데 뜻하지 않게 문제가 불거지자 상인들에게 피해를 감수하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버스커를 내쫓을 수도 없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버스커의 고민도, 상인들의 걱정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제도적으로 마련된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구청 차원에서 버스커들에게 이런 문제들을 설명하고 계도하는 게 현재로써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버스킹 시간과 장소, 공연 음량 등에서 하나의 원칙을 마련하는 등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제 버스킹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버스킹 등 거리공연에 따른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인들과의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게 된다. 버스킹등록제를 실시한다든지 필요하면 시간대별 허용 소음치를 정하는 등 공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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