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협동장 수훈한 유영숙 대전시새마을부녀회장을 만나다

“마을을 위해 시작한 봉사가 어언 20년이 넘었네요.”

결혼 후 부모님 모시고 살던 그가 ‘봉사’에 발을 들여놓은 건 그저 마을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작은 결심에서 비롯됐다. 마을 새마을부녀회장으로 시작해 이제 그는 4000여 명이 넘는 대전새마을부녀회를 이끌며 지역에 봉사정신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유영숙(사진) 대전시새마을부녀회장을 21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인생 첫 언론매체 인터뷰라며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나 봉사 이야기를 꺼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에선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그가 이끄는 단체는 지역 곳곳에 소외된 이웃을 돕고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하루도 쉴 수 없는 몸이지만 봉사하는 즐거움을 마주할 땐 세상의 모든 피로는 온데간데없다.

“매일을 일 년처럼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피곤한 줄은 잘 모르겠어요. 봉사를 할 때면 힘겹다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작은 봉사하나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정말 홀가분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20년을 넘게 봉사를 했지만 그는 2014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때 그를 비롯해 부녀회원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을 아이들 생각에 한달음에 목포로 달려갔다. 아이들을 구할 수도, 그들의 부모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들은 그 곳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봉사하며 자식을 찾는 애타는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려 애썼고 그 기억은 이들에게 봉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봉사였죠. 뿌듯한 봉사라기보단 가슴 아팠던 봉사였어요. 저도 자식을 둔 부모인데 그분들 속이 속이였을까요. 그때의 가슴 아픈 봉사는 저나 우리 단체엔 함께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소중한 기억이 됐습니다.”

그런 그에게 내린 하늘의 칭찬이었을까. 얼마 전 그는 태어나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귀한 상을 하나 받게 됐다. 평소 남다른 애향심과 봉사정신을 실천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새마을훈장 협동장을 수훈한 거다. 그는 덜컥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더욱 자신을 채찍질해 겸손한 사람이 될 것을 다짐했다.

“모두가 우리 회원들 덕분이죠. 제가 받은 게 아니라 자기 시간을 쪼개가면서도 열심히 봉사해 온 회원들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저도 앞으로 이 훈장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지역의 더욱 깊은 곳에서부터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 실천에 앞장서겠습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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