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제4차산업혁명’이 대중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실체를 제대로 알지는 못하겠으나 근래 들어 하루라도 ‘제4차산업혁명’이란 말을 듣지 않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어딜 가서 누굴 만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하던 말이었지만 이제는 일상용어처럼 자주 듣게 됐다. ‘제4차산업혁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지만 정작 그 진정한 의미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그걸 모르면 당장 큰일이 날 것처럼 떠들어 일반 대중들이 불안감을 갖게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유행어가 있어 접하게 된다. 유행어는 TV 코미디 프로나 드라마, 또는 영화 등에서 특정인이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전 국민 사이에 유행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대의 대중들이 관심을 갖고 대화의 소재로 자주 삼아 어딜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 진정한 유행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최근 들어 가장 유행하고 있는 말 중 하나가 ‘제4차산업혁명’이다. ‘제4의 물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TV 뉴스나 대담 프로그램을 볼 때, 신문을 읽을 때, 강연을 들을 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너무도 흔하게 ‘4차산업혁명’이란 말을 듣는다. 최근의 유행어가 분명하다. 정부도 각 지방자치단체도 저마다 ‘4차산업혁명’을 운운하며 당장이라도 신대륙 발견을 위한 항해에 나서는 것 같은 비장한 각오를 비치기도 한다. 기업들도 마치 ‘4차산업혁명’에서 뒤처지면 영원한 낙오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양 부산을 떤다. 사회 곳곳에서 ‘4차산업혁명’이란 말을 앞세워 내일 당장 사회가 급변하고 그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당할 것처럼 불안감을 키운다.

‘4차산업혁명’을 두고 벌어지는 지금의 세태는 지나친 호들갑이요, 기우라는 생각이 든다. 전 국민이 ‘4차산업혁명’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선각자들이 시대의 요구에 맞는 기술개발에 나서고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력을 확보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반적 대중은 그저 따라가면 된다. 언제고 대중은 선각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은 너무도 요란하고 호들갑 투성이이다. ‘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나’ 싶은 마음이다.

인류가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이후 2차와 3차 산업혁명을 이룩하기까지의 시간은 점차 짧아졌다. 4차산업혁명이 곧 도래할 것이란 사실은 맞다. 하지만 머지않아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적응하기도 전에 5차, 6차 산업혁명이 엄습해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또 얼마나 부산스러운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할까. 4차산업혁명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유난을 떨고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될 것을 지나치게 요란히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호들갑이 심하고 과민반응 하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조급함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에 요란을 떠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은 대중을 향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심하게 겁을 주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일반인들은 변화하는 세계에 잘 적응만 하면 된다. 모두가 전문가 집단처럼 혁명을 선도하고, 시대의 파이오니어가 될 필요는 없다. 조급함은 불안감을 키울 뿐이다.

보다 너그럽고 침착하게 새 시대를 맞아야 할 것 같다. 지금껏 우리가 살아왔던 것처럼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충실히 살면 된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따라가면 된다. 꼭 앞장서 변화를 이끌고 주도하겠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분야별 전문가가 안내해주는 대로 성실히 따라가면 된다. 우린 매사에 너무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누리는 물질적 풍요가 훅 하고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너무 겁을 먹고 있다. 그럴 것까지 없다고 생각한다. 쳐지지 않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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