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지방선거 시계가 25일을 기해 ‘D-200’에 돌입한다. 내년 6월 13일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정확히 200일 앞으로 다가온 것으로, 이번 지선은 문재인 정부의 향후 4년을 함께할 지방정부 수장을 선출함은 물론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 지방분권과 직결된 헌법 개정이 동시에 추진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명박근혜’ 보수정권에 초점을 맞춰 ‘적폐청산’을 주창하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동력 확보를 위해 친문(친문재인)세력 중심의 선거구도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오만한 정권의 독선과 노골적인 정치보복을 저지해야 한다고 맞서며 지방선거를 반전의 계기로 삼고자 벼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상호 연대 또는 당대 당 통합 논의에 불을 지펴, 양당구도를 깨는 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의 한 축인 충청권에서 어떤 결과를 낳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여야 모두 정국 주도권 잡는 데 있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요충지이자 ‘꿀단지’가 될지, ‘판도라의 상자’될지 쉽사리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베일 속의 표심이 바로 충청이기 때문이다. 점차 캐스팅보트 이상의 의미를 띠는 중원(中原) 표심의 향배는 지방선거 2년 후 실시되는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과도 연결되므로 정치권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성이냐, 반전이냐’를 놓고 여야의 혈투가 예고되는 충청권에선 이달 들어 대법원의 선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아온 권선택 전 대전시장(민주당)과 이승훈 전 청주시장(한국당)이 임기를 7개월 앞두고 하루아침에 직위를 상실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중대 변수로 불거졌다.

대전시장 선거의 경우 ‘살아있는 권력’을 잃은 민주당에선 이상민·박범계 의원, 허태정 유성구청장 등이 시장 후보로 자천타천 회자되고, ‘노욕이 아니냐’라는 비판적 여론 속에서도 5·9장미대선 직전 문 대통령의 중앙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염홍철 전 시장의 컴백 가능성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자신했다가 세월호 참사로 어수선해진 정국에 석패한 박성효 전 시장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지지세를 다지고 있고, 이장우·정용기 의원, 이재선 전 의원, 육동일 충남대 교수 등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제4대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황진산 전 의장이 출마 의사를 피력, 내달 초 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에선 한현택 동구청장과 임영호 전 국회의원, 바른정당은 남충희 대전시당 위원장, 정의당에서는 한창민 부대표와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이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무주공산이 된 시장직을 놓고 물밑에서 여야의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충청권에선 두 현직 단체장의 불명예 퇴진과 함께 충남 홍성 출신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마저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으로 중도하차하면서 “왜 충청도만 갖고 그래”라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와, 현재 70%대의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는 현 정권에 대해 과연 200일 뒤 충청 민심이 ‘공감’과 ‘반감’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 당정의 적폐청산 기조가 순풍에 돛을 달지, 역풍에 직면할지 관심거리다.

충남에서는 차기 여권의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안희정 지사가 3선 도전에 나설지, 아니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방향을 전환할지, 그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친문세력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친안(친안희정)세력이 얼마만큼 영향력을 확대할 것인가가 여권 내 권력 투쟁과 맞물려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대표적인 친안계이고, 충남지사직 도전 의사를 피력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친안계와 범친문계에 발을 걸치며 몸값을 높여가며 지방선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현재 충남지사 후보로는 박 대변인 외에 민주당에선 양승조 의원,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 복기왕 아산시장, 한국당에서는 정진석·이명수·김태흠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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