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건강·지역경제 활성화 등 산적
충남연구원 워크숍 대응방안 논의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6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원유 1만 2547㎘(1만 900t)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었다.

보령과 태안 등 충남도내 6개 시·군, 태안군 이원면 만대에서 소원면 파도리까지 해안선 70.1㎞, 해수욕장 15곳, 섬 59곳이 검은 원유에 직접오염 피해를 입어야 했다.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와 비교하면 기름유출량으로 2.5배, 피해액으로 15배에 가까운 대형사고였다. 사상 최악의 환경재난을 초래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123만 자원봉사자들이 찾아 손에서 손으로 기름띠를 걷어낸 결과 해양생태계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지역주민들은 이미 삶의 터전을 잃은 뒤였다. 해양생태복원, 수산자원의 생산성 회복, 관광 활성화, 피해 배·보상 사정재판의 마무리 등 전반적 상황이 안정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고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주민 건강, 지역발전기금 운용, 지역경제 활성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해안 유류유출사고 10주년을 맞아 충남연구원이 개최한 워크숍에서는 이 같은 인식을 전제로 다양한 대응방안이 모색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실 임운혁 박사는 이 자리에서 “유류유출사고 직후부터 서해안 생태계영향평가 등 모니터링을 시행해왔다. 서식지별로 회복속도는 다르지만 사고 4년이 지난 이후부터 점차 회복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긴급해양오염영향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래 사고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충남유류피해대책위총연합회 문승일 사무처장은 “외국국적 선박(허베이스피리트호)과 국내 선박(삼성중공업)이 사고 당사자로 연루돼 사고책임 규명과 책임분배, 피해보상이 장기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유류오염피해 배상지급 확대 방안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무한책임주의 원칙에 입각한 가칭 ‘환경책임배상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보건의료원 환경보건센터 박명숙 팀장은 유류유출사고 이후 현재까지 피해주민 건강영향조사를 한 결과 특히 태안지역에서 남성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2004~2008년 12.1%인데 반해 2009~2013년에 30.7%로 급격히 증가했고 같은 기간 태안지역 여성의 백혈병은 5.6%에서 8.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유류유출과 건강영향의 상관성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물론 환경보건 대응체계 구축과 사회적 확산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박사는 태안지역의 관광활성화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이 박사는 급변하고 있는 관광트렌드와 태안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해양 웰니스(WELLbeing+happiNESS) 관광 활성화, 해양레저스포츠 활성화, 기후변화에 대응한 낙조관광 프로그램 개발, 경비행기(수상비행기) 관광 활성화, 슬로시티 지정, 드라마 및 영화 촬영 유치 등 정책을 제안했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서해안유류유출사고는 여전히 우리에게 100년 이상의 가치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류유출사고와 관련한 과제와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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