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사원이 그렇지만 취재기자 역시 점심을 밖에서 먹는다. 점심을 매일 밖에서 먹다시피 해 괜찮은 웬만한 식당은 꿰는 편이다. 그러나 위치는 대전시내에 불과하다. 점심을 먹으러 교외까지 나가지는 않아서다. 그렇기 때문에 ‘대청호오백리길… 그곳에 가면’ 취재를 갔다 오면 선배에게 “식사 뭐하고 싶으세요?”를 묻고 취향에 따라 비교적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러나 이번 취재만큼은 대전시내가 아닌 대청호 인근에서 식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축적해놓은 데이터베이스는 쓸모가 없었다.

지난 7월 게재된 ‘대청호의 식객’에서 소개한 식당은 선배의 추천으로 고를 수 있었지만 ‘대청호의 식객Ⅱ’까지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몇날며칠을 인터넷 검색에 매달렸고 지인에게 대청호 인근의 괜찮은 식당을 묻고 다녔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은 후기로 포장된 광고글이 대다수였다. 지인을 통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취재 전날까지 메뉴를 정하지 못했을 정도로 관련 정보를 단 하나도 얻지 못했다. 후배 입장으로 “선배님. 이번엔 선배님이 직접 갈 곳 정하시죠”라고 할 수도 없었다.

취재 당일 오전 11시 선배를 만났을 때까지도 사실은 속으로 ‘어디를 가야하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후배가 취재당일에도 갈 곳을 못 정했다고 하면 선배는 얼마나 답답할까. 그냥 차를 타고 대청호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엔 ‘대청호의 식객’ 때 방문했던 더리스로 찍었다. 선배의 불안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표정은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듯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웃는 척은 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 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항상 대청호를 오갈 때마다 보였던 큰 건물. 그리고 카페 입점이란 큰 현수막이 걸려 있던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갑자기 운전 코스를 바꾸면 선배가 의심할 거란 생각에 최대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곳으로 운전했다. 내비게이션이 코스를 이탈했다고 경고할까 차에 흐르는 음악을 바꾸는 척하고 내비게이션을 종료했다. 다행히도 선배는 눈치 채지 못하고 첫 번째 식당으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해당 식당의 정보는 하나도 없었지만 선배는 꽤 흡족했다. 다행이었다. 첫 번째 식당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다 식사가 나왔을 때, 선배와 내가 한창 얘기를 하다 정적이 흘렀을 때의 그 순간! 선배는 휴대전화를 꺼내 지면에 쓰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 역시 얼른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는 척을 했다. 그러나 사실 다음 장소를 물색했다.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한 뒤 얻은 정보로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

그러나 위기는 찾아왔다. 두 번째 목적지에선 선배가 틈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두 번째 식당에서의 디저트 평가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태연한 척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선배의 평가에 호응했다. 그러나 틈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배가 아픈 척하며 화장실로 달려가 세 번째 식당을 검색했다. 중간에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취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선배는 이글을 읽는 순간에야 눈치 챌 것이다. 그러나 선배에게 미안해하진 않겠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처럼 과정이야 어떻든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김현호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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