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거리마다 작은도서관…책 읽는 도시, 유성

▲ 유성구 작은도서관 현황. 유성구 제공

“나를 키운 건 동네의 작은도서관이며 하버드 졸업장보다 중요한 것은 책 읽는 습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빌게이츠는 책과 독서의 소중함을 이 같이 말했다.

클레오파트라부터 안중근의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식과 정보가 힘이 되고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은 책과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처럼 도서관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지역주민들이 책과 독서를 가까이하기 위해 대전의 한 자치단체에서 전사적 정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01년 전국 최초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유성구가 2011년도부터 조성한 9개의 작은도서관들이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을 교육, 문화예술, 지역공동체를 융합한 생활밀착형 문화공간 조성을 목표로 도서관별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구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도시 중(평균 연령 35.9세) 하나로 학생 수가 전체 인구의 32%(11만)에 달하는 배경과 급격한 인구증가로 다가오는 인구 40만 시대를 대비해 교육·문화인프라 확충 및 평생학습 발전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구는 작은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2010년 전담부서 설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0분 거리로 만나는 공공형 작은도서관 9개 신설과 함께 2개의 공공도서관을 추가 확충, 총 6개 공공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이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 2018년까지 학하지구에 작은도서관, 도안신도시에 공공도서관을 조성, 64개의 사립작은도서관에 더해 권역별로 그물망 도서관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특별함은 민관협력과 마을자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은도서관 1곳당 도서관 운영 실무교육을 이수한 20~30명의 마을주민들이 관장, 총무, 회계, 교육분과, 사서분과로 나뉘어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주민 스스로 도서관 운영자가 돼 도서관운영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재능을 나누면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마을활동가로 성장하고, 유성구는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공간조성과 운영비 지원을 통해 작은도서관의 지속가능성도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별똥별 과학도서관. 유성구 제공

작은도서관 운영은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지역사회에 자원봉사 참여가 활발한 유성의 장점이 결합돼 마을자치로 잘 정착된 유성의 자랑이자 대표적 사례로 타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사며 벤치마킹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학, 영어, 과학으로 특화해 운영하고 있는 작은도서관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노은3지구에 있는 어린이영어마을도서관(1만 6100권·영어도서)은 입시 중심의 영어를 탈피, 영미문화를 책과 놀이를 통해 경험할 수 있어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세종시 등 인근 지역의 주민들까지 찾는 인기도서관으로 영어학습 격차해소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죽동지구에 있는 별똥별과학도서관은 글로벌과학도시 유성의 지역자원을 한데 모아 만든 작은도서관(6507권, 50% 과학도서)으로 지역 과학자와 주민이 만나고 아이들은 다양한 과학실험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자의 꿈을 키우면서 과학이 특별한 영역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대중화해 나가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화축제가 한창 펼쳐진 유림공원 숲속에 개관한 문학마을도서관은 특히 뜨거운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문을 열자마자 1일평균 13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정도로 폭발적 사랑을 받은 것이다. 문학마을도서관은 작가의 꿈을 이루고 문인이 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전무한 교육현실에서 입시중심의 획일적 글쓰기를 벗어나 문학을 창작하고 작가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도서관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순수 문학을 추구하는 도서관 개관축하를 위해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조정래 작가가 방문하기도 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각종 문화예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은 문화소외현상이 심각한 현실 속에서 구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고 빌리는 것을 넘어 연극을 통한 공감능력, 인문학을 통한 자아발견 등 교육과 문화를 통한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를 끈으로 이어 끈끈한 마을의 정(情)을 키워나가는 셈이다. 가족단위로 구성된 ‘부엉이마을연희학교’부터 지역 어르신들로 구성된 ‘온천마을 인형극단’, 아이들의 꿈을 스토리텔링해 직접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 보는 ‘4D 이야기 극장’ 등 지역주민이 직접 문화예술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어르신들 살아오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치사전 만들기’, ‘생애사책 만들기’를 진행하고, 임대아파트로 찾아가는 영어교실을 운영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세대 간 소통하며 문화를 통해 치유하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눈부신 성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주관한 ‘2017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지역문화활성화분야 우수상으로 돌아 왔다.

경진대회는 전국 기초지자체가 325개 사례를 응모, 1차 서류심사를 거쳐 2차 본선에서 152개의 기초자치단체 사례에 대한 현장발표와 심사로 진행됐다.

허태정 청장은 “마을 단위의 작은도서관들은 주민들의 독서향상은 물론 지역 공동체의 문화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규모는 작지만 주민들이 큰 꿈을 키울 수 있는 주민들의 소통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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