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야간보호 사업 수혜 아동이 성인이 되어 지원자로 성장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방학에 접어들면서 박물관, 민속촌 등 나들이를 떠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생계유지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은 얘기가 다르다. 부모님이 일터로 나가 집에 혼자 있는 아동들은 외롭게 지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부모님 없이 혼자 집에 있는 ‘나홀로 아동’은 초등학생 3명 중 1명 이상이다. 특히, 한부모, 빈곤 가정이 늘면서 생계형 방임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한부모 가정의 전체 자녀 중 63.7%가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어 방치하게 되는 ‘돌봄 공백’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아동방임은 아이의 신체, 정서 발달 문제 발생, 학습부진, 학교 부적응을 유발할 수 있다. 한 연구팀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과잉행동장애, 정서행동 발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고위험군 학생 중 57% 이상이 하루에 많은 시간동안 방치된 아이들이었다.

복권기금은 어려워진 경제 상황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아동방임 문제 해결을 위해 ‘아동⦁청소년 야간보호사업’에 지원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맞벌이 가구 및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야간보호교사를 지원해 비행을 예방한다. 2006년 시작한 10년간 8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보호받고 있다.

❍ 야간보호사업을 통해 수혜자에서 지원자로 거듭나다

서울시 금천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혜정(23세, 가명)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게 되면서 방과 후 아무도 없는 집 대신 렘넌트지역아동센터을 이용하게 됐다. 렘넌트지역아동센터의 김미경 센터장은 가정형편으로 혼자 미술공부를 하고 있는 김양을 보고 주변 미술전공 대학생을 소개시켜줘 기초부터 탄탄히 배울 수 있게 지원해줬다. 센터에서 시작한 미술공부를 계속 한 김양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올해 졸업까지 했다.

졸업 한 후에도 센터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김양은 방과 후 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 시절 받았던 도움을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김양이 진행하는 미술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특별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그림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센터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김양은 “중‧고등학생 시절은 사춘기이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있었으면 우울하고, 비행경험을 쉽게 했을 것이다”, “센터장님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나의 꿈도 못 이뤘을 것”, “복권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렘넌트지역아동센터(야간보호사업)를 만난 건 나에게 복권 당첨보다 더 소중한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로 성장하게 한 야간보호사업

올해 대학생 새내기가 된 이나현(20세, 가명)양은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무대에서 독주회를 할 만큼 피아노 실력이 늘어난 이양이지만 배우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적경계를 지니고 있는 이양이 음악을 배우는 데에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부모 가정에 형편이 어려웠던 이양은 비용이 많이 드는 피아노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이양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어머니의 저녁 퇴근시간이 더 늦어졌다. 이양의 어머니는 일반 아이와 다른 그녀가 걱정돼 아무 곳이나 맡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꿈사랑방지역아동센터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알게 돼 이양을 맡겼다.

어머니의 걱정과는 달리 센터이용은 이양에게 일생일대 큰 기회를 가져다줬다. 이양이 꿈사랑방지역아동센터 박은자 센터장에게 피아노 레슨을 무료로 받은 것이다. 피아노 전공 및 연주와 정서가 불안한 아이를 지도한 경력을 가진 박은자 센터장은 이양이 가진 피아노 재능을 적극 성장 시키고자 했다. 이양은 취미로 배우던 피아노를 대학에서 전공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센터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이양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루 7~8시간씩 연습했다. 뿐만 아니라 센터에서 진행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진학에 필요한 수능공부를 했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이양은 현재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후 4년제 대학교로 편입, 대학원은 물론 유학까지 가는 것이다. 이양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해 나같이 가난한 사람도 열심히 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계속 복권기금이 야간보호사업에 지원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나눔로또 공익마케팅팀 김정은 팀장은 “연간 1조 7천억원의 복권기금은 우리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이바지 하고 있다”며 “특히, 아동⦁청소년 야간보호사업은 작년 기준 10년간 1,348억원을 지원해 총 8만 6천여 명의 고위험 방임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왔으며 수혜자가 지원자가 되어 나눔을 실천하는 등 선순환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주홍철 기자 j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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