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1월 1주차 브리핑>

인공기가 그려진 우리은행 2018년 탁상달력 10월 그림. 사진=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자유한국당 또 색깔론 ... 애잔함마저 드는 그들의 ‘원 히트 원더’

- 대중문화에 있어서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는 칭찬임과 동시에 멸시다. 가수로서 하나의 히트곡이라도 있다면 크나큰 영광일 수 있으나, 가수 평생 단 하나의 히트곡밖에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역량 부족의 가수가 당대의 유행에 편승해 어쩌다 보니 인기를 끌었을 뿐이라는 폄하가 깔려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어 하나로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이 10년 뒤 TV에 나와서도 주야장천 그 유행어만 되풀이한다면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박수치며 웃을 수 있겠는가? 슬프게도 우리 정치계에서도 한때 먹혔던 전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거듭 되풀이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색깔론’ 공세다.

- 발단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었다. 홍 대표는 새해 1일 발표한 무술년(戊戌年) 신년사에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금년 선거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그런 선거가 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홍 대표가 지적한 인공기 달력이란 우리은행이 제작한 2018년 탁상달력으로, 이 중 10월에 수록된 초등학생의 그림에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우리은행은 매년 자신들이 주최한 ‘우리미술대회’ 수상작으로 이듬해 탁상달력을 만들어왔는데 문제가 된 10월 그림은 초등학교 4∼6학년부에서 대상을 차지한 그림으로 ‘통일’이 주제였고, 나무 양쪽 가지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열려 있는 ‘통일나무’를 표현한 그림이었다는 거다. 실제 이 그림은 심사평에서 “통일나무가 스스로 움트고 자라서 행복한 미래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초등학생이 그린 통일 주제 그림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등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나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눈엔 달리 보였던 것 같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친북 단체도 아니고 우리은행이라는 공적 금융기관의 달력에 인공기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비난에 가세했고,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앞에서 ‘달력 소각’, ‘손태승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 그러나 이 같은 공세는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당장 여론의 호응은커녕 냉담한 반응만 쏟아지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블로그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남북통일을 주제로 그리는데 그럼 양쪽 국기를 각자 그리지, 성조기를 그리냐?”고 조소했고,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5일 당 아침회의에서 “어린이 동심까지 빨갱이 조작에 이용하는 정당이 제정신 정당인가? 환자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 집권 시절에도 인공기가 그려진 통일 그림 달력이 여러 차례 만들어진 일과 심지어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6년 경남도에서 일왕의 생일과 함께 일장기가 그려진 탁상달력을 배포했던 일까지 거론되며 자유한국당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비난하는 등 여론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 네티즌들의 반응은 특히 싸늘했다. “그래서 대선 때 홍준표는 자기 아니면 다른 출마자들 북한사람이라고 인공기 붙여서 홍보했나? (그림자)”, “무술년 개띠해가 되니 개소리 난무 (풍류객의 아침)”, “통일을 주제로 한 애들 그림 갖고... 어른들 나빠요 (상상하는 배짱이)”, “이명박 정부 시대에도 통일주제 그리기대회 입선작에 커다란 인공기가 그려져 있었지. 그땐 왜 조용했을까나? (neon57)”, “성조기나 일장기가 없어서 서운한가보지. 쯔쯔... 얘들보다 못한 인간들. (ontHEROad)”, “초등생한테까지도 종북몰이라니 진짜 머릿속이 어디까지 썩으면 이렇게 될까요? (심심)”, “못났다 정말 (납작부인)”, “진짜 한심하네요. 통일은 한국혼자 하나요? 당연히 상대방인 북한이 있어야지. 애들보다 못해 (프로메테우스)”, “태극기는 안 보이고 인공기만 보이는 당신들이 빨갱이 같은데? (MassiveDynamic)”, “이로써 대한민국 보수는 초등학생만도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셨군요 (조룡성검 아카츠키)” 등등 댓글마다 냉소와 조롱이 넘쳐흘렀다.

- 자유한국당이 때마다 색깔론 공세를 펴는 이유는 그것이 한때 잘 먹혔던 전략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이 가시화되면서 이들의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앞질렀다는 몇몇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흔들리는 만큼 당 차원의 대책이 필요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필 들고 나온 대책이 구시대의 유물인 색깔론이어서야 국민은 물론이고 보수정당 지지자들도 얼굴 붉힐 일이다. 이래서야 오로지 색깔론밖에 없는 ‘원 히트 원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잊지 말자. 원 히트 원더는 옛 영광일 뿐 현재의 명예가 될 수 없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철 지난 히트곡만 불러댄다면 팬도 국민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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