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관 충남도농업기술원 홍보팀장

 

꽃은 참으로 아름답다. 겨울을 잘 견디며 눈에서도 꽃을 피우는 동백도 예쁘고, 봄을 알리며 고고하게 피어나는 매화도 아름답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산자락에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진달래에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고, 화사하게 피어난 장미 한 송이는 사랑을 고백하기에도 딱 좋은 소품이다. 자연에서 만나는 꽃이 더 행복하지만 산과 들이 아닌 일상에서도 꽃을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런 마음이 동네 꽃집으로 발걸음을 하게 만든다.

꽃구경을 하러 멀리까지 여행을 가거나, 꽃집을 찾아 꽃을 사서 가까이 두고 싶은 이유는 꽃을 보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꽃은 집이나 사무실의 공간을 가꾸는 훌륭한 소재가 된다. 꽃을 선물하는 것도 같은 마음이다. 꽃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화사해지고, 행복해 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꽃을 선물하는 날은 대부분 축하하는 날이다. 꽃을 들고 결혼을 하고, 입학과 졸업에도 꽃을 선물한다. 누군가 큰 상을 받은 날에도 꽃다발이 함께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꽃을 주고받는 것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승진을 축하는 동양난의 화분과 스승의 날 고마움을 표하며 달아드렸던 꽃 한송이도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입학식과 졸업식의 선물에도 살아있는 꽃을 대신해 조화나 사탕과 초콜릿으로 만든 꾸러미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식당과 백화점이며 고속도로 휴게실에 살아있던 꽃과 식물들이 치워지고 그 자리에 인공으로 만든 조화가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꽃은 경제적일 수 있다. 처음에 구입하는 비용이 더 비싸지만, 열흘쯤 꽃을 볼 수 있는 살아있는 꽃과 달리 일년 내내 꽃을 볼 수 있으니 몇 갑절은 더 경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비교에만 매달리면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꽃의 본질 말이다. 꽃의 본질은 ‘화사하게 피어 있음’뿐만이 아니다. 꽃은 아름다움, 희망, 평화, 인생의 절정, 또는 허무함까지를 상징하는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축소판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백예순 날 그대로인 모습이 아니라 하루가 지나면 달라져 있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꽃잎이 지거나 꽃봉오리가 뚝 떨어져 소멸하는 날의 슬픔까지도 꽃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화사함이 그리운 이 계절에 많은 사람들이 꽃을 사면 좋겠다. 인공적인 꽃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꽃을 사면 좋겠다. 인공의 화사함이 아니라 며칠이 지나면 시들어버려 아쉬움까지 가득한 생명의 꽃을 사면 좋겠다. 화사한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의 고민을 향긋하게 품어내는 향기로운 꽃을 사면 좋겠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꽃이 아니라 농부들이 땀 흘려 피워낸 진짜 꽃, 사랑하는 사람에게 단 한 송이를 선물해도 그 마음은 한 다발이 되는 그런 꽃을 사면 좋겠다. 또한, 거실과 식탁에 한 송이만을 꽂아도 집안 전체가 꽃처럼 화사할 그런 진짜 꽃을 사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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