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경제문화부장

 

새해가 시작되면서 정부와 경제 분야 단체들이 올해 경기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회복세가 기대되지만 극적인 반전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골자다. 올해도 그저 그렇게 한 해가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유가 상승세와 원-달러 환율 불확실성 등 리스크 요인이 새해벽두부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북핵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로또와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등 일확천금에 기대는 국민의 관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3조 8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하루 평균 100억 원이 로또판매점으로 흘러들어갔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암호화폐는 가히 신드롬이다. “1억 원을 투자했는데 몇 년 만에 10억 원이 됐다”는 등의 무용담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자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까지 암호화폐 투자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들은 시세 변화를 체크하느라 ‘차트노예’로 전락했고 신규 투자자들은 계좌계설이 금지되자 아는 사람의 계좌까지 빌려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청년실업,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올해도 역시 새해벽두의 화두에서 ‘최저임금’은 빠지지 않는다. 최저임금(올해 시급 기준 7530원)이 전년 대비 16.3% 인상되면서 임금 부담이 커진 식당·편의점 주인들과 아파트들이 인력을 줄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의 악순환은 연말연시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1월에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언제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경기불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지 꽤 오래된 듯하다. 그래서 요즘은 창업에 대한 열기도 더 뜨거워졌다. 정부 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도 있지만 청년 취업난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창업을 결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비교적 창업이 수월하다는 외식업종에 많이들 참여하고 퇴직자의 주된 인생 2막 분야인 부동산중개업에도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다. 창업 뒤 5년 생존율이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창업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청년들이 안쓰럽지만 견뎌내야 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기대보단 걱정이 더 많은 2018년 새해를 맞았다.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던 대통령이 탄핵됐고 그 과제를 문재인정부가 이어받았다. 적폐청산을 키워드로 비정상적 요소를 정상화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정부도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2018년 대한민국의 역사에 기록될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지방선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앞서 언급한 걱정거리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해결사를 뽑는 일이기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정치 분야는 적폐청산의 메스가 가장 필요한 분야 중 하나다. 남북 분단에서 비롯된 이념적 대립과 후진적 선거풍토가 만나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권의 행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선거법 위반에 따른 현직의 낙마와 이에 따른 보궐선거 피로감은 유권자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정책선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크지만 정치권의 정책들을 보면 아직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올 지방선거에선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들이 대거 정치판에 들어와 정치를 혁신하는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유권자가 보다 세심한 관심으로 후보자의 정책을 따지고 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에서 혁신은 출발한다. ‘누가 될까’가 아니라 ‘누가 당선돼야 내 삶이 윤택해질까’에 대한 고민은 크면 클수록 좋다. 사표방지심리를 떨쳐내고 과감하게 주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자세가 정치 적폐 청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올해 지방선거에선 반드시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들을 유권자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동력이 시동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내년 새해엔 근심걱정 좀 덜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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