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수 없이 방치 현실

▲ 대전 대흥동 뾰족집 전경. 신성룡 기자

대전 원도심 일대가 근대문화예술지역 특구로 지정된 가운데 개발, 철거, 훼손 등으로 사라지는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대도시 전형성을 가진 원도심은 근대유산 자원이 풍부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보존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동의 부족 등에 따른 철거 사례가 지속적으로 빚어지기 때문이다. 대전 근대사가 박제된 원도심 근대유산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르포>대흥동 뾰족집을 아십니까?
2. 전국적으로 사라지는 근대유산
3. 원도심 근대유산 기록화 사업 추진하는 대전시
 

대전 중구 대흥동 일명 집 잃은 집이라고 불리는 ‘뾰족집’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찾아도 대흥동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아파트 주변을 빙빙 돌 뿐이다. 여전히 내비게이션 화면은 아파트 한 복판만을 가리킨다. 뾰족집은 대흥동 429-4번지에 있었다. 하지만 현 주소는 37-5번지다. 으쓱한 곳을 지나 원룸과 모텔들을 돌고 돌다 간신히 찾은 뾰족집은 여유 없는 골목의 좁은 한 자리를 붙잡고 서 있었다.

원뿔형 지붕 때문은 뾰족집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1920년대 일본 가옥의 특징에 따라 ‘다다미방’과 ‘도코노마(일본 건축양식)’로 구성됐으며, 세부적인 건축디자인은 일부 서양 양식으로 동서양의 건축이 혼합된 의미 있는 건물이다. 지난 1929년 철도국장 관사로 건립된 후 2008년 등록문화재 제377호로 지정됐으며, 주거건물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주택 중 하나다.

그러나 재개발 이후 오래된 건물의 명성은 맥이 끊겼다. 뾰족집은 지난 2010년 10월 재개발조합에 의해 목조 뼈대만을 남긴 채 철거됐다. 대흥1구역주택재개발 구역 내에 있던 뾰족집은 시에서 보전을 위해 인근 부지로 이전, 복원될 예정이었지만 재개발조합 측 직원들이 무단으로 문화재를 해체한 상황이었다. 문화재 훼손으로 관계자들을 기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뾰족집은 지난 2012년 5월 문화재위원회에서 뾰족집 실측 설계도면 및 계획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거쳐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 더 심각해졌다. 재개발조합이 재정난으로 건설업체에 공사잔금을 미납하는 등 자금 압박을 겪으면서 뾰족집에는 약 20억 상당의 근저당이 잡히게 됐다. 팔지도 못하는 지경에서 완공도 하지 못해 문화재로써 관광을 위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거나 실사용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전·복원공사가 마무리된 뾰족집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준공되지 못했다. 이전된 뾰족집은 부실한 창호, 약한 난방, 정화조 부재, 2층의 떨어지는 하중 능력 등 외관만 유지할 뿐 내부 디자인은 완성되지 못했다. 담장은 두를 공간이 부족해 입구 쪽은 아예 개방된 형태로 노출돼 있고, 마당엔 나무나 풀, 화분이나 인공조형물 등 그 어떠한 조경도 설치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전 부지 선정부터 진정성이 결여된 복원이라고 꼬집는다.

대전 문화단체 관계자는 “뾰족집은 근대건축물이 이전되고 복원된 첫 번째 사례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뾰족집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대유산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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