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신 편견, 실력으로 극복

제 57회 동아음악콩쿠르 수상자들과 함께 작곡 부문 1위를 차지한 김주원 씨(왼쪽)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주원 씨 제공

 

58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 음악계 최고의 콩쿠르, ‘동아음악콩쿠르’에서 대전 출신 김주원(충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씨가 작곡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위없는 1위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 씨는 “지역 출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콩쿠르 입상이었다”며 “다양한 수상 경력 가운데서도 동아콩쿠르 입상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번 콩쿠르에서 수상 작품은 ‘점, 선, 면(Punkt und Linie zu Flache)’이라는 바이올린 독주곡이다.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가 1926년 내놓은 저서 ‘점, 선, 면’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이론을 표현해보고자 작곡했다. 그는 “점, 선, 면은 소재 자체가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현대음악을 작곡할 때 자주 주제로 사용하는 매개체”라며 “점과 점이 만나 선이 되고, 선이 만나 면이 된다는 단순한 논리를 음악으로 표현해 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콩쿠르 입상 경력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지만 그가 처음부터 작곡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피아노에서 작곡으로 진로를 바꿔 충남대 음악대학에 입학한 것이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는 “작곡은 고3 때 진로를 위해 전공을 선택하면서 시작됐다”며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전공을 정해 훈련을 하는데 비해 작곡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을 했고 콩쿠르에 계속 도전하면서 꿈을 키워갔다”고 소회했다.

많은 콩쿠르의 수상자 현황을 보면 유학이나 서울 출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의 수상은 더욱 눈부시다. 그 역시 수상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게 사실. 그는 “서울이나 유학 모두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 문제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참가비만 내면 실력과 위치를 알 수 있고 지방대 출신이라는 다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많은 콩쿠르에 참가했다. 특히 현대음악 부문은 서울에 편중돼 있는데 이 가운데서 1위 수상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겸손해 했다.

작곡 부문에 인생의 길이 열렸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음악선생님’이다. 김 씨는 “교육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현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차세대 예술가에 선정돼 오페라를 작곡하고 있다”며 “음악적인 계획도 이뤄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윤동주 시인의 삶을 통해 되돌아보는 시의 예술성’이라는 주제로 작곡한 그의 작품은 오페라 ‘너에게 간다’로 오는 3월 24일 경기도 일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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