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기초단체장 경선 여론조사-권리당원 각 50% 반영 가닥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잘 나가는 집’이 된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최근 이런 장면이 공공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내가 권리당원 입당원서 수천 장을 받아왔다”라며 자신의 몸값을 높여 지역구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을 찾아가 공천권을 놓고 흥정을 하려는 정치꾼들의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1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천의 명암을 가를 키워드로 ‘권리당원’(당규로 정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으로 ‘책임당원’, ‘진성당원’이라고 불림)이 꼽히며 이런 모습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민선 4기(2006년) 지방선거 이후 12년 만에 집권여당으로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 민주당은 6·13 지선에 출전시킬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을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조사’를 각각 50% 비중으로 반영해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권리당원 조사의 경우 해당 선거구에 거주하는 권리당원 전원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채택할 예정으로, 문 대통령 지지자의 표심, 즉 친문의 의중 ‘문심’이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충청권에서도 친문 색채를 내려는 경쟁이 불을 붙고 있다.

대전시장 출마 의지를 갖고 있는 이상민 의원(유성을)이 지지자 200여 명을 이끌고 최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뚜렷한 계파 없이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 의원으로선 권리당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잡기 위선해 친문 색채를 덧칠 하는 것이 당면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장 후보인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지난달 28일 ‘3선 불출마’ 선언 당시 “친안(친안희정)이니, 친문이니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하에선 의미가 없는 구분이다. 모두가 민주정부 출범을 위해 함께한 사람들”이라고 발언, 자신을 친안계로 낙인찍는 시선에 불편해 하면서 친문과 동질감을 강조하는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광주에선 권리당원들에게 특정 출마 예정자 명의로 신년 인사 문자메시지가 대량 발송돼 권리당원, 특히 신규 가입한 당원들의 명단이 유출됐다는 논란이 대두되는 등 선거가 다가올수록 권리당원 확보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예선 통과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권심’(권리당원들의 의중)을 의식한 출마 예정자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경선 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민주당 권리당원 규모는 전국적으로 100만 명에 육박, 일반 유권자와 권리당원 간 표심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고, 권리당원의 표심이 기존 일반당원들과는 상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전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일반당원들에 비해 요즘 권리당원들은 바람이나 세몰이에 휩쓸리기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시시각각 정보의 흐름에도 민감하다. 한마디로 스마트한 젊은층 비중이 높아져 기존과 같은 전략으로는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친문이 누구에게 마음을 주느냐가 이번 지방선거 공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이 경선 규칙을 조기에 구체화하는 것은 저조한 지지세로 인해 후보 기근에 시달리는 야당과 달리 출마 희망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경선에 임박해 규칙을 정할 경우 후보간 유불리를 놓고 파열음이 나올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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