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희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장

 

새해부터 화두인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라는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공직사회에도 워라밸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무제도의 개선과 함께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소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 조성의 모범의 취지로 공공부문과 민간까지 확산되고 있고 그 추이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발 빠르게 우리 농업에도 적용시키면 어떨까? 농사일이라 하면 흔히 노동집약적이라 단순노동이 많고 농산물을 수확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힘든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로 인해 농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고 전원생활이 좋아 농촌에 오려는 귀농인의 선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역발상으로 농작업의 불편함을 편이성 있게 개선하고 적용한다면, 워라밸 같은 좋은 이미지를 넘어 농업과 삶의 균형을 이뤄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령시는 여러 시범사업들을 통하여 농업인들이 농작업 근무여건 개선으로 농업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여러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고 있다. 농작업 안전시범 사업으로 세척기, 방제기, 운반차와 같은 편이장비를 도입하여 농작업시 농업인이 느끼는 피로증상을 65% 감소시켰다. 이와 함께 노동력을 줄여 농작업 소요시간을 단축하여 생산성이 49.5% 향상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근골격계 질환 예방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실생활에서 라텍스밴드나 짐볼을 활용하여 손쉽게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체조를 교육하고 질환 개선을 위한 보호구 및 보조구를 보급하여 농작업 전·후로 피로도를 대폭 감소시키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농기계 안전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치유형 체험농장 육성과 농촌관광 인력 양성을 통해 농업을 제3자인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본업인 농업에 대해 가치확산이라는 활기찬 변화와 진화적인 개선,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균형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와 같은 노력들은 농작업 능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품질 좋고 구성도 다양해진 농산물이 재탄생했으며, 지역소비를 넘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도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로 인정받는 선순환 촉매제가 되었다. 이러한 쾌거는 진행 중이고 지속적으로 혁신 과정을 통해 다듬어나갈 것이다. 이처럼 보령시에서 시도하는 여러 농업 시범사업들이 농업 저변에 걸쳐 불필요하고 힘든 농업환경의 선입견을 과감히 없애는 계기가 되고, 4차산업의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요구되는 시장 환경과 농업 품질향상을 위해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일할 수 있는 ‘농업혁신’ 추진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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