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명예교수

 

나는 날마다 소위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더러운 욕지거리와 막말과 억지스러운 말을 공공연하게 내뱉는 소리를 언론을 통하여 듣는다.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날 만큼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귀와 눈이 열려 있기에 들리는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내가 시민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말들을 참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 누가 그런 나쁜 말을 하느냐고 묻는가?

누구누구라고 그들의 이름을 내 입으로 올리고 싶지 않은 아주 졸렬한 인간들이 있지 않은가? 내 입도 함께 더러워질까봐 조심하느라 차마 그 이름을 올릴 수가 없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그들보다는 거룩하고 성스럽지는 않다고 할지라도 그냥 아주 소박하고 평범하며 정직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고 싶기 때문이다. 곁에 있고 듣기만 하여도 마치 독버섯처럼 악한 기운이 퍼져나가 내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거나 입에 올리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불행해라. 그런 인사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그것들이 또 국민을 대변하고 그 삶을 좋게 이끌어 나가겠다고 출반주하고 나섰고, 사람들은 뭣도 모르고 그들을 뽑아주었다니. 그것이 또 서럽다. 어제 저 말 하고 오늘 이 말 하면서 어제의 자기를 부정하고 오늘의 나를 내일 부정하는 그런 존재들을 보고 싶지가 않다. 물론 사람은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바뀌고 진화하여 역동성을 보여야 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자기정체성을 가지고는 있어야 한다. 어떤 철학과 원칙 아래서 살아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게 혼란 속으로 몰아가는 변화는 참으로 보아주기 어렵다. 하기는 그것이 그들의 철학인지는 모르지만. 당대표가 되고 원내대표가 되면 마치 모든 것을 다 잡아 쥔 것처럼 놀아나는 졸장부들을 나는 더 이상 보고 듣고 싶지가 않다. 거짓말하는 정치가들이여, 제발 말을 하지 말든지 아니면 참말을 하도록 하라!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는 일이니까. 막말 하고 거짓말 하는 이는 그 인격이 그 모양이긴 하지만, 그것은 결국 그 말들을 듣는 이들을 무시하는 짓이지 않던가?

나는 그들의 거짓말과 막말을 들을 때 아주 기분이 나쁘고 서러운 것은, 공공한 매체를 통하여 그것을 듣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맘과 몸속에 그 더러운 기운이 들어가 체화될까봐서다. 나 같은 어른이야 이미 온갖 것들에 오염이 된 것이지만, 이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그 더러운 것들을 호흡하고 마시고 먹게 할 때, 그것들이 그들의 생활문화로 정착이 될까봐 두렵단 말이다. 그것이 분한 일이란 말이다. 그러니 제발 정치가들아, 막말을 하지 말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 옹고집을 부리지 말고, 서로 웃으면서 화평한 기운으로 정치하는 길을 보여주라. 남이 옹졸하면 내가 폭을 넓히면 되지 않을까? 오로지 이기고 지금 자기가 처한 난처한 국면을 벗어나기 위하여서만 몸부림치지 말라. 좀 당당하면 얼마나 좋을까? 대통령을 했다는 것들과 장관이나 어떤 높은 관직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것들이 하는 짓을 보면 참으로 쪼잔하기 짝이 없어 불쌍하게 보이지 않던가? 그들을 잠시나마 국가의 온갖 책임을 맡아도 좋다고 맡기고 참고 기다리면서 지나간 사람들이 좀 자괴스럽지 않게 해 주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지 않을까? 거짓말하지 않고, 당당하면서 겸손한 그들을 보고 싶다.

그런데 언론은 또 뭐하는 것들인가? 그 더러운 말들을 영혼 없는 스피커가 되어 반복해서 확산하는 것은 또 무엇 하자는 짓인가? 거기는 언론 철학과 원칙이 없단 말인가? 이제 국민여론을 들어서, 그의 말을 듣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그가 대통령이 됐든, 총리나 장관이나 어떤 당의 대표가 됐든, 국회의원이나 무슨 권력기관의 책임자든, 그들을 무시하고 보도하지 말라.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그 거짓말쟁이들이 무슨 거짓말을 또 하는지를 취재도 하지 말고 보도도 하지 말라. 모든 쓸데없는 그들의 말까지 언론이 다 일일이 보도하니 신이 나서, 마치 자기들이 굉장한 존재나 되는 냥 의기양양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이 아니던가? 존재가 없고 갈 길이 열리지 않으니 억지를 쓰고 과격한 막말을 하여 관심을 모으려는 것들의 말들을 왜 받아서 쓰고 보도하느냔 말이다. 언론(인)이라면 적어도 심지가 있고 배포가 있는 존재들 아닌가? 그러니 그들을 완전히 무시하라. 그 대신 아주 맑고 깨끗하게 겸손하고 포근하게 온갖 곳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밝혀내라. 거기 감동스러운 생명이 약동하는 소식이 있지 않겠나?! 그 소리 들을 때 살맛이 나지 않겠나?!

그런데 깨어 있는 사람들, 제가 잘 났다고 나선 사람들에게 속지 마소. 눈을 바로 뜨고, 귀를 제대로 열어두고, 판단을 명확히 하여 거짓 하는 자들을 솎아 내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이제부터 더 깨어야 할 것이오. 가만히 바라만 보아도, 그 맑은 눈앞에서 감히 거짓말할 수 없이 되는 그런 순진하고 순수한 자세로 불쌍히 여기는 맘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판단하시오. 그리고 아주 냉정하게 그들을 대하시오. 결국 못된 책임자를 뽑는 것은 우리 일반 사람들의 몫이지 않소? 그러니 깨어나라. 판단하라. 생각하라. 뚫어보라. 저것이 도둑인지 친구인지? 사기꾼인지 동업자인지 판단하라.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고, 나에게 돌아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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