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균 대전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어제 없는 오늘 없고, 오늘 없는 내일 없다. 그런데 막상 요즘 세상은 오늘과 내일만 있는 듯하다. 어제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일들이 공공연하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공짜로 탄다고 무시, 서러워 화난 노인들'이란 일부 언론 기사가 대변한다.

오늘을 일군 어제의 주역들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인상이 짙다. 1960, 70년대 잘살아보자며 발버둥 쳤던 세대가 노년이 되면서 겪는 아픔이 한둘이 아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퇴물취급’ 받는 서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령사회로 가면서 더 심화되고 있는 문제이다. 막상 노인복지 차원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남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지하철 공짜 승차가 대표적이고 각종 국공립 시설 입장권 할인혜택도 노인우대 정책의 하나이다. 일종의 노인복지 차원에서 시행되는 일들이다. 이런 우대와 혜택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그간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공짜 혜택으로 바라본다. 다시 말해 개발시대 부존자원이 부족했던 이 나라를 이만큼 잘 살 수 있도록 이끈 주역들에 대한 예우를 노인복지라 생각한다면 노인복지는 혜택이 아닌 감사의 표현이다.

감사할 일에 대한 감사의 예를 효(孝)라고 한다면 효교육은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절실한 과제가 된다. 그동안 효를 부모 어른에 대한 순종, 복종으로만 이해했다. 무조건적 순종과 복종이 효로 인식되면서 버려야할 전근대적 이데올로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효의 기본정신은 부자자효(父慈子孝)가 말해 주듯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자녀의 당연한 도리이다. 부모 어른의 자애가 사랑이라면 자녀의 부모 어른에 대한 공경은 효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과 공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받은 사랑에 대한 공경이 효라고 한다면 요즘 노인 분들에 대한 공경은 단순한 순종과 복종의 의미가 아니다. 그간 베풀어준 사랑에 대한 감사라 할 수 있다. 또 그것은 상호간의 배려와 존중의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복지차원에서 이뤄지는 노인우대 정책을 공짜라고 여긴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방적 부양, 피부양의 관계로 자리매김하는 노소 간의 갈등은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반드시 예방해야할 과제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간의 사랑에 대한 감사를 가르치는 효 교육이다.

효교육은 무조건적 공경이 아닌 상호 배려와 존중의 차원에서 그간 애쓰신 노고에 대한 감사를 가르치는 일이다. 효교육이 이 시대 세대간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방법이 되는 까닭이다. 복지혜택을 받는 노인 분들도 당당할 필요가 있다. 이미 주어진 복지혜택이라면 미안해하며 주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용도를 높여야 사회적 활력소가 된다. 예컨대 노인복지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매년 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은 노인 분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시설 종사자는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복지시설 증가는 곧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미안하다며 주어진 노인복지시설을 기피하는 것은 결코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아니다. 다만 대중교통편 이용할 때만은 젊은이들이 주로 이동하는 출퇴근 시간만 피해준다면 사회적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침 청소년의 효교육 등 효행장려 활동 지원을 위한 ‘효행장려법’에 의거, 국내 유일의 ‘효문화진흥원’이 대전에 설립 운영되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효가 무엇인지 왜 효를 실천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인가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앞서 말한 대로 효는 순종과 복종이 아닌 감사이고, 배려와 존중이다. 이 시대 부모님을 비롯한 노인 분들에 대한 이러한 예를 청소년들에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한국 효문화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 고령사회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투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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