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치기 전략으로 물밑 신경전 치열
민주-한국 ‘제1당’ 경쟁과 맞물려

충청권에서 광역단체장 출마를 목하 고민 중이라는 A 씨에 대해 지역 정가에선 그가 ‘몸값’을 높일 만큼 높인 후 기초단체장 선거나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고 있다. 이미 광역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B 씨에 관해서도 그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재·보선으로 급히 진로를 틀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1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선이냐, 재·보선이냐’를 놓고 고심하거나 양다리(?)를 걸치려는 출마 예정자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선에 출전하는 현역 국회의원들, 그리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국회의원들로 인한 공백으로 재·보선 무대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정치인들은 마치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처럼 제1지망, 제2지망으로 구분해 전략을 짜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지역에선 광역단체장 출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현역 의원과 상대 당 출마 예정자가 누가 먼저 행동에 나설 것인가를 놓고 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코앞으로 닥친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의식해 서로 자신의 수(手)를 읽히지 않으려는 물밑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충청권에선 더불어민주당 양승조(충남 천안병)·오제세(충북 청주 서원구) 의원이 각각 충남지사,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은 대전시장 출마 의지를 표명하며 표밭을 닦고 있고,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은 내달 초 출마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충남지사 후보로 한국당 이명수(충남 아산갑)·김태흠(〃 보령·서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고, 같은 당 박찬우(충남 천안갑)·권석창(충북 제천·단양) 의원은 불법선거운동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각각 2심,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현역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일 전 30일인 오는 5월 14일까지 사퇴해야 하는데, 이때가 바로 재·보선 확정 시한으로, 충청권 몇 곳에서 재·보선이 실시될 것인가가 지선 결과 못지않게 향후 지역 정치권의 구도를 뒤흔들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 송기석(광주 서구갑), 민주평화당 박준영(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이 8일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전국적으론 현재까지 6곳(서울 노원병-국민의당 안철수 사퇴, 서울 송파을-국민의당 최명길 당선무효, 부산 해운대을-한국당 배광덕 사직, 울산 북구을-민중당 윤종오 당선무효)에서 재·보선이 치러지게 됐다.

현재 민주당(121명)과 한국당(117명)의 의석 차는 4석에 불과, 상황에 따라 원내 제1당이 뒤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기호 1번(후보자 등록이 종료되는 5월 25일 의석수 기준),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직 등을 놓고 양당의 머리싸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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