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생선과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귀신 쫓는 복숭아는 올리지 않아

설과 추석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한 해의 첫날인 설날은 추석, 가장 큰 달이 떠오르는 정월대보름은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명절로서 한식, 단오 등과 함께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설날은 새롭게 한 해를 출발한다는 점에서 ‘삼가는 날’, 즉 ‘신일’이라 해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새해의 첫날을 맞았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오늘날 명절의 의미는 많이 쇠퇴했지만 여전히 명절이 주는 상징성은 크다. 

비록 많이 줄어들길 했지만 차례상을 지내는 것이 방증이다. 차례상 차림은 지역이나 가문마다 조금씩 다르나 큰 틀에서 지켜지는 것은 같다. 차례상 차리는 법을 알아보고 남은 음식은 어떻게 보관하는 지 등을 살핀다. 편집자주

 

◆ 차례를 지내기 전 알아두자
 

차례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를 말한다. 조상을 숭배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과거엔 매달 초하루와 보름, 그리고 명절에 지냈는데 지금은 대개 설, 추석 등의 명절날에만 지낸다. 예전에는 새벽이나 아침 일찍 지냈는데 지금은 먼 곳에서 모여야 하므로 늦게 지내는 편이다.
 

종법의 원리에 따라 장자와 장손이 제주가 되나 제주가 차자, 차손일 경우 그 집안의 가장이 된다. 대개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사당이 있을 때는 사당에서 지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청이나 큰방에서 지낸다. 그러나 가옥의 구조나 지방 그리고 가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보통 차례를 지낼 때 어느 조상까지 모시느냐에 따라 준비할 게 조금씩 달라진다. 고조까지 4대 봉사를 할 경우 신위를 모시는 교의, 제상, 제기 등은 4벌을 준비해야 하고 병풍, 향안, 향로, 향합, 소탁, 자리 등은 한 벌만 있어도 된다. 원칙은 4대를 동시에 지낼 경우 교의와 제상 4벌이 필요한데 준비하기 어려우면 윗대 조상부터 차례로 여러 번 지내거나 큰상 하나에 구분하면 된다.
 

차례는 과거 유교시절의 산물이기 때문에 남자만 참가하는 게 정설이다. 3일 전부터 목욕재계해 심신을 청결히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차례 당일 아침에는 사당과 제청을 깨끗이 청소하고 집안의 안주인을 중심으로 탕, 떡, 부침 등의 차례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축문, 지방, 꼬치, 제기 등 차례에 필요한 기구들을 준비하는가 하면 고기, 과일 등 차례음식을 장만한다. 차례를 지내는 시간이 되면 제상과 병풍 등 집기를 준비한다. 차례는 보통 제사와 달리 축문을 읽지 않고 잔을 한 번만 올린다는 게 특징이다.
 

◆오르는 물가 조금이라도 줄이자
 

조상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 대추색이 선명하고 상처가 없어야 하며 잔주름이 많은 것이 좋다. 밤은 어두운 갈색으로 광택이 나면서 꼭지가 선명한 것을 상에 올려야 한다. 배는 황금빛깔이 나는 것이 좋고 단단해야 하며 꼭지 반대편엔 검은 균열이 없어야 한다. 

곶감은 색이 아주 검거나 지나치게 무른 것은 지양하자. 사과는 전체적으로 색깔이 붉고 묵직하며 단단한 게 좋다. 삼채는 대표적으로 고사리와 도라지, 시금치를 올린다. 고사리는 짙은 갈색의 모양이 가지런한 게 상급이다. 도라지는 줄기가 가늘고 짧으며 흙이 묻어 있는 게 좋다. 시금치는 줄기가 통통하고 색이 선명하면서 잎이 넓은 것인지 확인하자.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24만 8935원, 대형유통업체가 35만 7773원이다. 이는 전국 19개 지역의 전통시장과 27곳의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산출한 것으로 공통적으로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무조건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게 유리한 건 아니다. 품목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나 배, 도라지 등 21개 품목은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쌌지만 반대로 쌀, 밀가루, 청주 등 7개 품목은 되레 대형유통업체가 저렴했다. 

전통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품목들은 한 데 묶어서 리스트 정리를 해놓고 장을 보는 것이 좋다. 설 연휴가 다가올수록 한동안 모든 품목이 비싸다가 설이 이틀 정도 앞으로 다가오면 오히려 가격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수산물의 경우 설 일주일 전, 육류는 9~10일 전, 과일은 4~5일 전, 채소류는 5~6일 전이 가장 비싸기 때문에 유의하자.

 

◆ 홍동백서? 조율이시?
 

심신을 깨끗이 하고 주변 정리가 끝났다면 이제 차례상을 준비하면 된다. 대개 기억하는 건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다. 붉은 건 동쪽, 하얀 건 서쪽에 놓고 대추, 밤, 배, 감 등 과실의 순서를 뜻한다. 그러나 지역, 가문 등에 따라 편차를 보이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상차림의 기본은 보통 제사와 같으나 적(炙)은 고기와 생선 및 닭을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미리 올린다는 점, 밥과 국의 위치에 설에는 떡국을 놓고 추석에는 송편을 놓거나 떡의 위치에 송편을 올리기도 한다는 점은 확인하자.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홀수를 기본으로 한다.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하는 복숭아는 올리지 않고 고춧가루와 마늘도 같은 이유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차례상은 보통 5열로 음식을 놓는다. 병풍에 가까운 쪽의 음식이 1열이다. 차례상에서 제일 유명한 홍동백서는 말 그대로 붉은 음식은 동쪽에, 하얀 음식은 서쪽에 놓는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어동육서가 있는데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으로 놓는 것이다. 좌포우혜는 포의 종류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 방식이고 조율이시 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배열한다. 

5열을 대표적으로 볼 때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1열엔 수저를 담아놓은 놋그릇을 가장 가운데에 놓고 술잔과 송편을 옆에 배치한다. 2열엔 어동육서와 동두서미가 적용된다. 생선을 배치할 때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놓아야 한다. 어동육서는 3열에도 적용되는데 주로 탕류다. 육류탕과 채소탕, 어류탕의 순서로 배치하는 게 정석이다. 4열은 좌포우혜다. 포 종류는 왼쪽으로 놓고 식혜 등은 오른쪽에 둔다. 가운데엔 삼색나물 등을 배치하자. 5열은 가장 유명한 조율이시와 홍동백서다.
 

이 같은 방법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따를 이유는 없다. 차례상은 지역이나 가문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주도에선 상어고기가 오르기도 하고 동해안에선 생선류 대신 해산물 등이 상에 올라오기도 한다. 최근 차례상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대부분 3열 차례상이 대표 상품이다.

 

◆ 적지 않은 차례상,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차례를 지낼 때 많은 가족이 동원되다보니 음식 준비도 힘들거니와 많이 남는다. 음식을 많이 준비하기 때문에 남는 게 대부분이다. 남은 음식은 차가운 곳에 보관해야 하는 게 공통점이다. 고기류는 냉장 보관해 반드시 냉장고 제일 안쪽에 둬야 한다. 전은 만들 때 기름을 다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기와 많이 접촉하면 산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에 먹을 만큼만 나눈 뒤 유리 소재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전을 다시 꺼내 먹을 땐 전자레인지보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데우는 게 좋다. 나물류는 젓가락이 오갔기 때문에 다시 살짝 볶은 후 보관하는 게 가장 좋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나물을 종류별로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잡채 역시 같은 방법으로 보관해야 한다. 과일류는 갈변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레몬즙이나 소금물을 살짝 뿌려 산화를 막을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과일을 한꺼번에 보관하지 말고 종류별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른 과일이 다른 과일과 접촉하면 무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랩으로 하나씩 감싸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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